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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NA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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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Augus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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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日 1詩

落下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죄다 낭떠러지야, 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내 손을 잡으면 하늘을 나는 정도, 그 이상도 느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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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김경성
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람의 힘을 빌려 바다가 쏘아 올린 섬을 우리는 사막이라 불렀다 물고기 비늘이 석양에 반짝이며 휘몰아치고 차도르를 쓴 바람이 사구를 넘어가는 곳 꽃을 문 사막의 나무는 모래 속에 제 몸을 파묻고는 밤이면 이슬을 끌어 모아 숨을 피어올리고 리넨으로 칭칭 감은 미라처럼 햇빛을 뒤집어쓴 물고기 뼈가 나뒹굴었다 말을 잃어버린 늙은 개가 사막여우가 되어 어슬렁거리며 긴 혀를 내밀어서 부드러운 문자를 써 내려갔지만 그 누구도 읽을 수 없게 금세 지워졌다 바다가 제 속에 품고 있는 것이 사막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서걱거리는 바람을 가슴에 품고 사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애초에 바다였을 사막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모래바람이 다시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살이 빠져나간 물고기의 뼈에 한 스푼의 물이 고인다

문턱 저편의 말/나희덕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2015년 1월 27일 열아홉살의 증인들이 법정에 앉아 있다 ​광주고등법원 법정 201호 해경123정 정장 김경일 업무상과실치사상 재판 -증인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말해주십시오 ​증인A: 아침 여덟시 오십칠......갑자기 배가......자판기와 소파......쏟아지......복도쪽으로 .......캐비넷.......구명조끼를 꺼내......친구들은 ......기다리고......문자를 보냈......가만히 있어......우현 갑판 쪽......커튼을 찢어......루프......여학생들......물이......바닷물이......탈출......아홉시 오십분......갑판 위로......헬기...해경,,,,,,아무도......아무도...... 증인B: 저......저, 저는......3층 안내데스크 근처......배가 기우는......미끄러져......벽에 부딪쳤......피가......매점에서......화상을 입은......좌현 갑판......비상구......열려 있어......승무원들......우리......대기하라고만......비상구......친구 셋이......끝내......아홉시 사십오......물이 ......차올랐......잠수를......4층 갑판쪽으로......헬기 소리가......탈출 후에야……해경......와 있다는 걸...... -증인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더 있습니까? 증인 B: 할 말......말이 있지만......그만......그래도...... 할 말이 ......해야 할 말이......정신없이......살아나오긴 했지만......우리 반에서......저 말고는......아무도......구조되지 못했......친구들도 ......살 수 있었을......아무도......저 말고는 아무도...... 간신히 벌린 입술 사이도 빠져나오는 말들이 있다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말들이 있다 손가락 사이도 힘없이 흘러 내리는 말. 모래 한줌의 말. 혀끝에서 맴돌다 삼켜지는 말. 귓속에서 웅웅거리다 사라지는 말. 먹먹한 물속의 말. 해초와 물고기들의 말. 앞이 보이지 않는 말. 암초에 부딪치는 순간 산산조각 난 말. 깨진 유리창의 말. 앞이 보이지 않는 말. 찢긴 커튼의 말. 모음과 자음이 뒤엉켜버린 말. 발음하는 데아주 오래 걸리는 말. 더듬거리는 혀의 말. 기억을 품은 채 물의 창고에서 썩어가는 말. 고름이 흘러내리는 말. 헬리콥터 소리 같은 말. 켜켜이 잘려나가는 말. 잘린 손과 발이 내지르는 말. 핏기가 가시지 않은 말. 시퍼렇게 멍든 말. 눌린 가슴 위로 내리치는 말. 땅. 땅. 땅. 땅. 망치의 말. 뼛속 깊이 얼음이 박힌 말.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말. 감전된 말. 화상 입은 말. 타다 남은 말. 재의 말. 그래도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입은 열어두어야 한다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돌아올 수 있도록 바다 저 깊은 곳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말의 문턱을 넘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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