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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1 Jan, 2023 @ 9:42am

재밌게 하긴 했지만, 엔딩은 못 본 게임
남들한테 추천하고 싶진 않은 게임
오픈월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소 실망스러웠던 게임

1. 스토리텔링
제가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엘든 링의 스토리텔링 방식이었습니다.
엘든 링의 서사는 '모종의 이유로 깨어난 빛 바랜 자가 틈새의 땅의 왕이 된다'라는 직선형의 이야기를
오픈월드라는 간판을 빌려 그냥 여기저기 멀리 흩어놓고, 섞어 놓고, 계속 반복시키고, 억지로 늘려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아이템과 각종 장비들의 설명을 읽으며 스토리를 유추한다'라는 것은 꿈에도 못 꿀 이야기겠죠.
심지어 그 설명들과 검 비석의 짤막한 몇 마디들도 다 뒤죽박죽 섞여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도저히 이 사람이 누구고 왜 싸워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끝내는 지쳤습니다.
안 그래도 보스들 패턴이랑 대미지 때문에 골머리 썩는데, 스토리를 이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 짜증은 두 배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전할 마음도 사라지고, 제게 있어 엘든 링은 그냥 '화내면서 몬스터 잡다가 접는 게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2. 장르에 부합하지 않는 게임플레이
오픈월드라는 장르에 관하여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처음 보는 존재들에게 문답무용으로 덤벼드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것은 분명히 아쉬운 면이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을 추구하는 멀티 엔딩 장르이면서 자유를 보장하는 오픈월드인데도, 그만큼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엔딩 분기를 담당하는 존재는 막말로 지나가는 NPC들이며 게임 도중 이들을 그냥 지나치기가 정말로, 정말로 쉽습니다.
대화를 한다거나, 협력, 교섭할 수 있는 데미갓이 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실제로 엔딩에 영향을 주는 데미갓은 극소수입니다. 나머지는 다 필수로 싸그리 잡아 죽여야 하죠.
게임을 진행하면 여러 선택지가 있는 듯 보이지만 그건 속임수입니다. 어쨌건 그들은 모두 당신의 손에 죽습니다.

또한 맵 속의 요소들, 즉 여러 던전들은 '무언가 그곳에 있으며 그것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잃지 않게 하려면 참신하고 다양한 구성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엘든 링의 다양한 장소들은 오직 그곳에 적이 있기 때문에 가게 됩니다. 실제로도 맵에 넘쳐나는 것은 몹 뿐입니다.
징그러운 적들과 열심히 싸운 후 얻게 되는 아이템들이 내 캐릭터에 맞지 않다면? 그냥 성공적으로 시간을 허비한 거죠.
겨우겨우 다 끝낸 이후로, 새로운 지역에서 그 짓을 또 해야 합니다.
하루종일 맵 돌아다니고 헤매는 것도 처음 한두 번일 때나 재밌습니다.

더하여 맵의 상호 작용이라고는 날아오는 마법 피하기, 메세지를 읽고서 벽을 향해 구르기, 기습에 놀라기, 공략 찾아보고 제스처 취하기, 사다리 오르내리기, 아이템 줍기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픈월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려면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높아야 합니다.
엘든 링의 자유도는 마치 다크 소울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입니다. 달라진 것은 어느 지역 먼저 가볼까 정도일 것입니다.


3. 끝내며
엘든 링은 분명히 재밌습니다. 이제는 림그레이브에서의 그 재미를 온전히 즐기지 못해서 더 화가 납니다.
맵 구성과 상호작용이 조금만 더 짜임새 있고, (무조건 보이는 대로 때려잡기만 하는 게 아닌) 다양한 컨텐츠를 담았더라면
세계관과 빛 바랜 자 이전의 역사만이라도 처음에 좀 제대로 알려주었더라면
이만큼이나 지치진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지쳤습니다. 엘데의 왕은 고사하고 다음 보스조차 요원하기만 합니다.
제게 있어 엘든 링은 마치 '실질적 게임플레이에서 오는 재미'와 '스토리에서 오는 재미'를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머지 무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두 재미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저처럼 무리를 하다 과부하가 걸립니다.
프롬, 하나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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