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나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저격하였고, 나의 윤리를 실험하는 과정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로 개인적인 경험이 들어간 이 평가를 쓸까 말까 고민하였지만 고립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펙 옵스 더 라인은 게임 서사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선명한' 실험 중 하나이다.
이 게임은 단순한 3인칭 슈터가 아니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전통적으로 제공해온 '선택', '통제', '몰입'이라는 전제를 해체하고, 끝도 없는 하강 구조를 통해, 그 자체로 전쟁 담론과 미국의 군사 개입 역사, 그리고 세계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전쟁의 역사와 정치적 환상을 겨눈다.

많은 유저들이 '선택지가 없었다', '주인공이 단순히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니냐.' '나한테 왜 죄책감을 묻느냐' 라고 반응한다.
공감이 가는 반응이지만 이 반응 자체가 이 게임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은 단순히 미국의 영웅주의만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확장한다.
미국이 선택한 전쟁으로 인해 선택지가 없어진 미국을 겨누었으며
이 게임은 '너는 과연 주체였는가?' '선택이란 네 것이었는가?'라는 질문으로 플레이어들을 자극한다.

게임의 핵심은 선택의 부재가 아니다.
선택이 '있는 척' 하는 구조 그 자체가 핵심이다.
주인공 워커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그 선택은 이미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시스템의 망각과 선택지가 방해당하는 군인의 구조적 형태,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워커가 지옥으로 향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그를 조작하면서도 본질적으로 조작당한다.
선택이 박탈 당한 경험은 현실 세계에서 실패한 전쟁을 경험한 국민들의 경험을 느끼게 해주며 그것 자체가 이 게임의 목표이다.
이 경험은 저항 정신의 발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게임은 슈팅적 재미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것은 개인의 경험 차이, 게임 실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러기에 이 게임은 게임의 궁극적인 재미라는 부분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햐 하는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이 게임의 단점마저 장점이 되는 기묘한 순간이다.

결론적으로 스펙옵스 더라인은 수많은 게임들과 영화들에게, 철학자들의 사유에 새로운 맥락과 깊이를 부여한다.
이 게임은 단순히 영화를 모방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인 조셉 콘레드의 '암흑의 핵심'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과 구조적 차이점을 보이며 스스로의 발전을 택하였다.
이미 이 게임 그 자체로 철학을 이끌어내며, 기존의 예술작업들을 더욱 빛나게 만든 것이다.

이 게임의 충격은 단순히 감정을 흔들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존재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