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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5 Aug @ 10:06am

세계를 돌아다닐 때마다 주위를 어지럽히는 기묘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그리고 자신이 살던 평온한 마을 밖의 세상을 탐험하며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

Arranger: A Role-Puzzling Adventure 은 게임의 부제에서 게임의 전체적인 주제를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세상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및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젬마” 의 이야기 + 이 과정이 퍼즐로 이루어져 있고 주인공의 설정을 퍼즐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게임플레이를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스토리의 서론을 적어보자면,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한 마을에 버려지는 주인공과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 후, 몇 년이 지나 성장한 주인공이 마을을 떠나려는 상황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주인공은 마을 내에서 그리 좋은 취급을 받는 인물은 아닌데, 이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세상 속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 주인공의 움직임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젬마를 움직여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고정된 바닥에서 주인공이 상하좌우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이동 키를 누르는 방향으로 그 방향의 모든 타일들 – 좌우 키를 누르면 주인공이 서 있는 수평선, 상하 키를 누르면 수직선에 속한 타일들을 의미한다 – 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자연스레 자신이 움직이면 주위의 사물들이 어지럽혀지게 되며, 게임의 시작부터 사다리에 서 있는 주민을 실수로 이동하다가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이 특징은 게임 내내 하이라이트 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자신에게 마냥 친절하지 않은 마을에서 나와서 저 밖의 세상을 탐험하려고 하는 주인공이, 세상을 위협하는 “정체 에너지” 의 위험함을 직접 관찰하며, 자신의 과거에 대한 비밀과 세상의 진실을 알아내는 여정을 떠나게 되는 게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이다. 게임플레이는 앞에서 말한 주인공의 독특한 이동 규칙을 토대로 나오는 퍼즐들을 풀어 나가는 게 대부분이고, 순수 퍼즐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임 내 세상을 돌아다니며 가볍게 스토리 및 세계관 풀어주기 / 탐험 및 어드벤처 요소는 들어가 있으며, 이 때문에 퍼즐 풀이와 스토리 전개 과정이 잘 섞여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퍼즐과 스토리가 서로 삐그덕거리지 않았다는 건 긍정적인 면이여도, 막상 이 두 요소가 잘 융합해서 나온 결과물은 그닥 맛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비추천 평가를 남기긴 하였으나, 실제 평가는 2.5 / 5점 정도로, 다른 사람이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이 게임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평가에 더 가깝다. 이렇게 느낀 이유는, 분명히 좋은 점들도 많은 게임이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를 깎아 내리는 부문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주얼의 방향성은 뚜렷하였고, 간단한 퍼즐 규칙들을 다양한 방면으로 색다른 퍼즐들에 구현을 해 두어 퍼즐 기믹의 다양성은 존재하였고, 게임의 스토리도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좋은 특징들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기반을 담당하는 주요 두 요소, 바로 퍼즐과 스토리 면에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였다. 왜 이렇게 느꼈는지 더 자세하게 서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A. 퍼즐

> 이 게임의 주축을 담당하는 퍼즐의 메커니즘은 위에 간단하게 적었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규칙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이 제한된 공간 속, 한 벽에서 반대쪽의 벽으로 공간을 뚫고 한 턴만에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뭔 말이냐? 정사각형의 방이 있을 때, 맨 왼쪽의 벽에 주인공이 서 있다 가정하자. 여기서 왼쪽 방향키를 누른다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벽에 막힐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인공은 오른쪽의 벽에서 등장한다! 즉, 눈에 보기에 폐쇄되어 있는 공간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상하좌우로 이어져 있는 연속적인 공간을 체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게 이 퍼즐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다. 당연히 이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걸 게임이 눈 뜨고 볼 수 없기에, 위에서 말한 “정체 에너지” 가 둘러싼 물체들이 퍼즐 속 장애물로 등장해서 주인공의 능력을 방해하며, 이들을 밀어내려고 하면 물리적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걸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장애물이 더 악질인 것은, 단순하게 주인공이 밀려고 하면 안 움직이는 장애물을 넘어서서, 주인공이 움직이려는 방향에 존재하면 – 즉, 주인공에게서 2칸 이상 떨어져 있더라도 – 움직임을 방해해서 기동성을 아예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게임 속 퍼즐들에는 이러한 장애물을 파괴할 수 있는 도구를 주고 이를 부수는 게 퍼즐의 목적으로 나오거나, 장애물을 부수지는 못해도 위에서 말한 공간을 뚫는 능력을 이용해 정체 에너지를 무시하는 게 퍼즐의 해답법으로 나온다.

> Arranger 의 퍼즐 메커니즘을 이렇게 서술한 걸 읽어 보면 복잡하고 푸는 맛이 있는 퍼즐 게임으로 보일 수 있는데, 실상은 정말 무지성으로 방향키 딸깍딸깍하다 보면 술술 풀리는 퍼즐 게임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적어 보자면, 이 평가를 쓰고 있는 사람은 심한 빡대가리인데, 언뜻 보면 쉬워 보이는 자잘한 단편 퍼즐 게임들에 머리가 다 깨져서 자신이 멍청이라는 걸 매달 느끼는 사람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며칠 전에 HYNPYTOL 창작마당에 업데이트 된 공식 레벨들 18개를 풀다가 7시간을 날리고 대가리가 박살났다는 걸 증명하였다. 이러한 경험 이후 Arranger 을 하다 보니, “이게 퍼즐인가?” 라고 느낄 정도로 난이도의 역체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퍼즐게임들을 보면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매우 쉬워 보이는 규칙들을 보여주어서 “아 지금 이걸 퍼즐이라고 내는 건가 ㅋㅋㅋ 게임 개쉽네 ㅋㅋㅋ” 라고 느끼다가 중반부만 가도 규칙들이 심화되고 점점 퍼즐의 난이도가 깊어지면서 “빡대가리라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퍼즐게임을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느끼게 되는데, 이 게임은 “오 이런 규칙은 좀 신기하다. 그래도 아직은 간단한 활용법만 보여주네….” 에서 시작하고 게임 끝까지 난이도의 깊이가 더 깊어지지 않는다. 물론, 쉬운 퍼즐게임이 모두 비추천을 받을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기이한 점 하나는, 분명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기초적인 규칙을 바탕으로 나름 독특한 메커니즘 및 오브젝트들을 소개하는데, 난이도의 상승 곡선이 안 느껴지는 건 둘째 치고, 이렇게 플레이어에게 쥐여 주는 퍼즐 장난감들을 제대로 즐길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빼앗아 버릴 정도로 느껴지는, 다양한 장치들을 소개하지만 이들을 감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같은 장르에 속하는, 다른 ‘쉬운 퍼즐게임” 에서 보여지는 장점들을 제대로 살렸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 마지막 문장에 대해 좀 더 적어보자면, 여기서 말하는 “쉬운 퍼즐게임” 들은 퍼즐의 난이도가 주요 포인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럼 무엇을 주요 포인트로 잡느냐? 첫 번째 포인트는 아름다운 일러스트 및 시각적 자극이다. 예시를 들자면, Gorogoa 의 경우는 퍼즐의 난이도가 어렵다고 할 수 없지만,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및 고서를 보는 듯한 색감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살려 놓았다. 이 게임의 경우 맨 위에서 비주얼의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적긴 했지만, 캐릭터 일러스트들의 애니메이션은 이상해 보이는 경우들이 있었고, 배경에 보이는 시각적 디테일은 괜찮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의 매력을 일러스트가 온전히 담당한다고 적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포인트는 독특한 퍼즐 메커니즘 및 이들을 충분히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게 녹여내는 구조이다. 예시를 들자면, Paper Trail 의 경우 세상을 종이접기처럼 접으며 이동할 수 있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각 챕터 당 새로운 메커니즘을 소개해 주며 한 챕터 당 적당한 수량의 퍼즐을 넣으면서 머리가 과열할 때쯤 + 특정 메커니즘을 가지고 잘 놀았다 싶을 때쯤 다음 챕터로 넘어가서, 챕터들의 마무리가 깔끔하게 느껴진다. Arranger 의 경우 독특한 메커니즘 – 플레이어의 이동 양상을 추적하는 동물,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카트, 주인공이 움직일 때마다 솟아오르는 가시 등등 – 이 나오지만, 이들은 어려워지기 전에, 아니 “조금이라도 생각할 만한 난이도” 가 나오기 전에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퍼즐이 플레이타임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동선을 한 번이라도 잘못 잡으면 해답으로 가는 길이 삐끗나서 처음부터 다시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퍼즐들 (예시: 이 게임의 보스전) 이 더 플레이타임을 잡아먹게 되고, 결과적으로 퍼즐에 대한 전체적인 경험은 신선했기보다는 피곤한 경험으로 머릿속에 남게 된다.

B. 스토리

> 퍼즐 게임에 스토리에 대한 불만을 적고 있는 게 생소하게 보일 수 있다. 사실, 퍼즐 게임에서 스토리는 거의 아무도 기대하지 않으며, 깊고 심오한 이야기 없이 정석적이고 팬서비스 수준의 이야기만 들어가도 그냥 만족스럽다는 평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퍼즐 게임 관련 평가를 적을 때 스토리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 평가에 적는 이유는 스토리가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아니, 정정을 하자면 스토리가 거슬리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대사 및 이로 인한 스토리의 흐름” 이 거슬린다.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은 사실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주인공이 독특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 및 이를 주인공의 과거와 엮어서 “자아 발견 / 세상의 진상” 으로 엮는 방향성은 나쁘지 않으며, 게임 속 정체 에너지의 존재가 단순히 퍼즐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름 존재 이유가 있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다. 즉, 스토리 내 세계관의 설정 및 주인공의 목적은 명확하다.

> 하지만, 이를 풀어 나가기 위해 세상을 탐험하는 주인공 및 이 과정에서 만나는 등장 인물간의 대화를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개그를 치거나 억지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 나오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주인공에게 중요한 인물로 그려지는 중후반부 캐릭터의 경우 깊은 설명 없이 해당 캐릭터와의 서사가 흐지부지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지역 및 그곳에서 밝혀지는 진상의 경우 진상 자체는 괜찮았으나 이를 둘러싸는 인물들 및 진상을 해결하는 주인공의 방식은 너무 유치하게 그려졌다. 게임 내 찾을 수 있는 부가적인 컨텐츠인 사원들의 경우도 뭔가 심오한 스토리를 풀어주는 척하지만 엔딩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관여를 하지 못한다. “퍼즐 게임의 스토리가 가볍고 유치한 게 한 두 번이냐?”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으나, 그렇게 대충 넘기기에는 이 게임이 스토리 위주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스토리가 별로면 이미 게임의 반이 매력을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대사의 퀄리티들 또한 마치 평균 이하의 팬픽션을 읽으면서 볼 듯한 가벼움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인터넷에서 2000자 이하의 팬픽션을 읽을 때는 빠르게 읽고 넘어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비용으로는 전기세 조금만 내도 되지만, 이 게임을 하게 되면 대사를 한 눈에 빠르게 읽을 수 없으며 게임을 사서 봐야 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못 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퍼즐 게임의 핵심이 되어야 할 퍼즐 메커니즘을 가지고 노는 재미 및 적절하게 두뇌를 자극하는 난이도의 부재가 치명적으로 느껴졌으며, 스토리의 전개 중 나오는 텍스트의 문체가 거슬리는 바람에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5시간 정도 걸려서 엔딩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 평가를 쓰고 있는 빡대가리보다 퍼즐 능력이 더 뛰어나면 시간 단축을 통해 4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긴 게임은 아니다. 가격 대비 분량이 애매하니, 만약 직접 해 볼 생각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할인할 때 해 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놓칠 수 있는 업적이 매우 많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선택을 돌이킬 수 없는 구간” (즉, 여기서 넘어가면 더 이상 이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광고하는 구간) 이 나오기는 해서, 그 메시지가 나오면 진행하기 전에 딸 수 있는 업적을 다 따 놓으면 되긴 하는데, 문제는 이전 지역들로 되돌아가기 꽤 귀찮다. 이를 방지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1회차 안에 업적을 모두 따고 싶다면, 스팀 가이드에 올라와 있는 100% 업적 가이드를 보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이 평가를 쓰는 기준) 게임 내 챕터 선택이 없으니, 1회차를 끝내면 이전 지역으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퍼즐들을 풀 수 없어 눈물의 2회차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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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Nixmachine 6 Aug @ 10:18am 
It's weird, because I'm not the smartest of gamers when it comes to puzzle games and can't handle hardcore puzzle games, but I just felt like the puzzles in this game lacked the "a-ha!" moments and boiled down to sheer maneuvering without a lot of thinking. It's a very weird feeling to explain thoroughly.

Honestly, Arranger felt refreshing in the beginning, but it slowly felt like a slog as I progressed through the game. I'm glad you enjoyed this more than I did.
tasselfoot 6 Aug @ 9:36am 
While I agree that Arranger is a relatively easy puzzle game, I enjoyed its creativity in puzzle mechanics. I felt the way they were able to introduce boss mechanics was nice. And while you wished for harder, more expert, variants to introduced mechanics... I was happy that each section ended when it did; to me, the game understood when it was time to move on and not overstay its welcome. Not every puzzle games needs to be a slap in the face level of difficulty... and I found Arranger to be a refreshing and fun experience.
Nixmachine 5 Aug @ 7:18pm 
챕터 선택 넣는 게 그렇게 힘들었냐 !
먼지뭉탱이 5 Aug @ 4:43pm 
눈물의 2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