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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돌아다닐 때마다 주위를 어지럽히는 기묘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그리고 자신이 살던 평온한 마을 밖의 세상을 탐험하며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

Arranger: A Role-Puzzling Adventure 은 게임의 부제에서 게임의 전체적인 주제를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세상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및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젬마” 의 이야기 + 이 과정이 퍼즐로 이루어져 있고 주인공의 설정을 퍼즐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게임플레이를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스토리의 서론을 적어보자면,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한 마을에 버려지는 주인공과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 후, 몇 년이 지나 성장한 주인공이 마을을 떠나려는 상황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주인공은 마을 내에서 그리 좋은 취급을 받는 인물은 아닌데, 이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세상 속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 주인공의 움직임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젬마를 움직여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고정된 바닥에서 주인공이 상하좌우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이동 키를 누르는 방향으로 그 방향의 모든 타일들 – 좌우 키를 누르면 주인공이 서 있는 수평선, 상하 키를 누르면 수직선에 속한 타일들을 의미한다 – 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자연스레 자신이 움직이면 주위의 사물들이 어지럽혀지게 되며, 게임의 시작부터 사다리에 서 있는 주민을 실수로 이동하다가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이 특징은 게임 내내 하이라이트 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자신에게 마냥 친절하지 않은 마을에서 나와서 저 밖의 세상을 탐험하려고 하는 주인공이, 세상을 위협하는 “정체 에너지” 의 위험함을 직접 관찰하며, 자신의 과거에 대한 비밀과 세상의 진실을 알아내는 여정을 떠나게 되는 게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이다. 게임플레이는 앞에서 말한 주인공의 독특한 이동 규칙을 토대로 나오는 퍼즐들을 풀어 나가는 게 대부분이고, 순수 퍼즐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임 내 세상을 돌아다니며 가볍게 스토리 및 세계관 풀어주기 / 탐험 및 어드벤처 요소는 들어가 있으며, 이 때문에 퍼즐 풀이와 스토리 전개 과정이 잘 섞여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퍼즐과 스토리가 서로 삐그덕거리지 않았다는 건 긍정적인 면이여도, 막상 이 두 요소가 잘 융합해서 나온 결과물은 그닥 맛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비추천 평가를 남기긴 하였으나, 실제 평가는 2.5 / 5점 정도로, 다른 사람이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이 게임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평가에 더 가깝다. 이렇게 느낀 이유는, 분명히 좋은 점들도 많은 게임이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를 깎아 내리는 부문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주얼의 방향성은 뚜렷하였고, 간단한 퍼즐 규칙들을 다양한 방면으로 색다른 퍼즐들에 구현을 해 두어 퍼즐 기믹의 다양성은 존재하였고, 게임의 스토리도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좋은 특징들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기반을 담당하는 주요 두 요소, 바로 퍼즐과 스토리 면에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였다. 왜 이렇게 느꼈는지 더 자세하게 서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A. 퍼즐

> 이 게임의 주축을 담당하는 퍼즐의 메커니즘은 위에 간단하게 적었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규칙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이 제한된 공간 속, 한 벽에서 반대쪽의 벽으로 공간을 뚫고 한 턴만에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뭔 말이냐? 정사각형의 방이 있을 때, 맨 왼쪽의 벽에 주인공이 서 있다 가정하자. 여기서 왼쪽 방향키를 누른다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벽에 막힐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인공은 오른쪽의 벽에서 등장한다! 즉, 눈에 보기에 폐쇄되어 있는 공간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상하좌우로 이어져 있는 연속적인 공간을 체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게 이 퍼즐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다. 당연히 이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걸 게임이 눈 뜨고 볼 수 없기에, 위에서 말한 “정체 에너지” 가 둘러싼 물체들이 퍼즐 속 장애물로 등장해서 주인공의 능력을 방해하며, 이들을 밀어내려고 하면 물리적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걸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장애물이 더 악질인 것은, 단순하게 주인공이 밀려고 하면 안 움직이는 장애물을 넘어서서, 주인공이 움직이려는 방향에 존재하면 – 즉, 주인공에게서 2칸 이상 떨어져 있더라도 – 움직임을 방해해서 기동성을 아예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게임 속 퍼즐들에는 이러한 장애물을 파괴할 수 있는 도구를 주고 이를 부수는 게 퍼즐의 목적으로 나오거나, 장애물을 부수지는 못해도 위에서 말한 공간을 뚫는 능력을 이용해 정체 에너지를 무시하는 게 퍼즐의 해답법으로 나온다.

> Arranger 의 퍼즐 메커니즘을 이렇게 서술한 걸 읽어 보면 복잡하고 푸는 맛이 있는 퍼즐 게임으로 보일 수 있는데, 실상은 정말 무지성으로 방향키 딸깍딸깍하다 보면 술술 풀리는 퍼즐 게임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적어 보자면, 이 평가를 쓰고 있는 사람은 심한 빡대가리인데, 언뜻 보면 쉬워 보이는 자잘한 단편 퍼즐 게임들에 머리가 다 깨져서 자신이 멍청이라는 걸 매달 느끼는 사람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며칠 전에 HYNPYTOL 창작마당에 업데이트 된 공식 레벨들 18개를 풀다가 7시간을 날리고 대가리가 박살났다는 걸 증명하였다. 이러한 경험 이후 Arranger 을 하다 보니, “이게 퍼즐인가?” 라고 느낄 정도로 난이도의 역체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퍼즐게임들을 보면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매우 쉬워 보이는 규칙들을 보여주어서 “아 지금 이걸 퍼즐이라고 내는 건가 ㅋㅋㅋ 게임 개쉽네 ㅋㅋㅋ” 라고 느끼다가 중반부만 가도 규칙들이 심화되고 점점 퍼즐의 난이도가 깊어지면서 “빡대가리라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퍼즐게임을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느끼게 되는데, 이 게임은 “오 이런 규칙은 좀 신기하다. 그래도 아직은 간단한 활용법만 보여주네….” 에서 시작하고 게임 끝까지 난이도의 깊이가 더 깊어지지 않는다. 물론, 쉬운 퍼즐게임이 모두 비추천을 받을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기이한 점 하나는, 분명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기초적인 규칙을 바탕으로 나름 독특한 메커니즘 및 오브젝트들을 소개하는데, 난이도의 상승 곡선이 안 느껴지는 건 둘째 치고, 이렇게 플레이어에게 쥐여 주는 퍼즐 장난감들을 제대로 즐길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빼앗아 버릴 정도로 느껴지는, 다양한 장치들을 소개하지만 이들을 감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같은 장르에 속하는, 다른 ‘쉬운 퍼즐게임” 에서 보여지는 장점들을 제대로 살렸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 마지막 문장에 대해 좀 더 적어보자면, 여기서 말하는 “쉬운 퍼즐게임” 들은 퍼즐의 난이도가 주요 포인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럼 무엇을 주요 포인트로 잡느냐? 첫 번째 포인트는 아름다운 일러스트 및 시각적 자극이다. 예시를 들자면, Gorogoa 의 경우는 퍼즐의 난이도가 어렵다고 할 수 없지만,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및 고서를 보는 듯한 색감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살려 놓았다. 이 게임의 경우 맨 위에서 비주얼의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적긴 했지만, 캐릭터 일러스트들의 애니메이션은 이상해 보이는 경우들이 있었고, 배경에 보이는 시각적 디테일은 괜찮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의 매력을 일러스트가 온전히 담당한다고 적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포인트는 독특한 퍼즐 메커니즘 및 이들을 충분히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게 녹여내는 구조이다. 예시를 들자면, Paper Trail 의 경우 세상을 종이접기처럼 접으며 이동할 수 있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각 챕터 당 새로운 메커니즘을 소개해 주며 한 챕터 당 적당한 수량의 퍼즐을 넣으면서 머리가 과열할 때쯤 + 특정 메커니즘을 가지고 잘 놀았다 싶을 때쯤 다음 챕터로 넘어가서, 챕터들의 마무리가 깔끔하게 느껴진다. Arranger 의 경우 독특한 메커니즘 – 플레이어의 이동 양상을 추적하는 동물,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카트, 주인공이 움직일 때마다 솟아오르는 가시 등등 – 이 나오지만, 이들은 어려워지기 전에, 아니 “조금이라도 생각할 만한 난이도” 가 나오기 전에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퍼즐이 플레이타임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동선을 한 번이라도 잘못 잡으면 해답으로 가는 길이 삐끗나서 처음부터 다시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퍼즐들 (예시: 이 게임의 보스전) 이 더 플레이타임을 잡아먹게 되고, 결과적으로 퍼즐에 대한 전체적인 경험은 신선했기보다는 피곤한 경험으로 머릿속에 남게 된다.

B. 스토리

> 퍼즐 게임에 스토리에 대한 불만을 적고 있는 게 생소하게 보일 수 있다. 사실, 퍼즐 게임에서 스토리는 거의 아무도 기대하지 않으며, 깊고 심오한 이야기 없이 정석적이고 팬서비스 수준의 이야기만 들어가도 그냥 만족스럽다는 평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퍼즐 게임 관련 평가를 적을 때 스토리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 평가에 적는 이유는 스토리가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아니, 정정을 하자면 스토리가 거슬리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대사 및 이로 인한 스토리의 흐름” 이 거슬린다.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은 사실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주인공이 독특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 및 이를 주인공의 과거와 엮어서 “자아 발견 / 세상의 진상” 으로 엮는 방향성은 나쁘지 않으며, 게임 속 정체 에너지의 존재가 단순히 퍼즐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름 존재 이유가 있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다. 즉, 스토리 내 세계관의 설정 및 주인공의 목적은 명확하다.

> 하지만, 이를 풀어 나가기 위해 세상을 탐험하는 주인공 및 이 과정에서 만나는 등장 인물간의 대화를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개그를 치거나 억지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 나오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주인공에게 중요한 인물로 그려지는 중후반부 캐릭터의 경우 깊은 설명 없이 해당 캐릭터와의 서사가 흐지부지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지역 및 그곳에서 밝혀지는 진상의 경우 진상 자체는 괜찮았으나 이를 둘러싸는 인물들 및 진상을 해결하는 주인공의 방식은 너무 유치하게 그려졌다. 게임 내 찾을 수 있는 부가적인 컨텐츠인 사원들의 경우도 뭔가 심오한 스토리를 풀어주는 척하지만 엔딩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관여를 하지 못한다. “퍼즐 게임의 스토리가 가볍고 유치한 게 한 두 번이냐?”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으나, 그렇게 대충 넘기기에는 이 게임이 스토리 위주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스토리가 별로면 이미 게임의 반이 매력을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대사의 퀄리티들 또한 마치 평균 이하의 팬픽션을 읽으면서 볼 듯한 가벼움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인터넷에서 2000자 이하의 팬픽션을 읽을 때는 빠르게 읽고 넘어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비용으로는 전기세 조금만 내도 되지만, 이 게임을 하게 되면 대사를 한 눈에 빠르게 읽을 수 없으며 게임을 사서 봐야 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못 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퍼즐 게임의 핵심이 되어야 할 퍼즐 메커니즘을 가지고 노는 재미 및 적절하게 두뇌를 자극하는 난이도의 부재가 치명적으로 느껴졌으며, 스토리의 전개 중 나오는 텍스트의 문체가 거슬리는 바람에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5시간 정도 걸려서 엔딩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 평가를 쓰고 있는 빡대가리보다 퍼즐 능력이 더 뛰어나면 시간 단축을 통해 4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긴 게임은 아니다. 가격 대비 분량이 애매하니, 만약 직접 해 볼 생각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할인할 때 해 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놓칠 수 있는 업적이 매우 많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선택을 돌이킬 수 없는 구간” (즉, 여기서 넘어가면 더 이상 이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광고하는 구간) 이 나오기는 해서, 그 메시지가 나오면 진행하기 전에 딸 수 있는 업적을 다 따 놓으면 되긴 하는데, 문제는 이전 지역들로 되돌아가기 꽤 귀찮다. 이를 방지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1회차 안에 업적을 모두 따고 싶다면, 스팀 가이드에 올라와 있는 100% 업적 가이드를 보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이 평가를 쓰는 기준) 게임 내 챕터 선택이 없으니, 1회차를 끝내면 이전 지역으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퍼즐들을 풀 수 없어 눈물의 2회차를 시작해야 한다.
Posted 5 August.
Was this review helpful? Yes No Funny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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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eople found this review funny
3.4 hrs on record
고대 마녀에게 쫓기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무너지는 저택 속 네 명의 인물들과 함께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하는 와중에 비밀들을 발견하는 이야기.

Dread Weight 는 3년 전에 출시한 Cooking Companions 의 후속작이자 해당 게임과 같은 장르인 비주얼 노벨이다. 특이하게, 이 게임은 실행하면 “이전 작품을 해 보셨나요?” 라는 질문이 화면에 뜬다.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고 해서 게임이 강종 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한다면 그 게임에 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 및 추가적인 텍스트 /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작에서 보았던 캐릭터들이 이 게임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장면들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Dread Weight 를 온전히 즐기는 데 피해가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두 게임은 생각보다 긴밀히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Cooking Companions 를 플레이 하고 이 게임을 즐기는 걸 권장한다. Dread Weight 은 전작과 관련된 오마주 및 익숙한 장면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대놓고 말해서 전작에 등장한 캐릭터가 여기에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나오는데, 이 게임으로 먼저 접하면 전작을 플레이 할 때 게임의 맛이 싱거워질 수 있다. 전작을 먼저 플레이하는 걸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평가의 색깔을 보고 예상했겠지만, Dread Weight 을 플레이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생각보다 전작의 매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전작에 왜 몰입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는지를 놓쳤다고 생각하였다.

개인적으로 Cooking Companions 는 플레이 한 후 며칠 동안은 머릿속에 맴돌던 게임 중 하나였는데, Dread Weight 는 그때 그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하였다가 모든 컨텐츠를 맛 본 뒤에는 “이게 다야?” 라는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예시를 들자면, 예전에 플레이하였던 다른 공포 비주얼 노벨 게임 시리즈인 Sucker for Love 가 생각났다. 1편의 경우 코스믹 호러 장르의 주축을 담당하는 초월적인 존재들과 극한의 가능충 주인공 사이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에 심리적 공포를 섞어 넣어서, 괴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게임플레이의 경우도 포인트 앤 클릭 게임에서 보일 법한 단순한 게임플레이 요소를 넣어서 고대 의식을 행해야 하고, 이 과정이 너무 어렵지 않아서 비주얼 노벨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편의 경우 역시 “고대 신과 연애한다 + 각종 고대 의식을 행한다” 는 전작의 근본을 가지고 왔었다. 하지만, 게임플레이를 더 복잡하게 하려는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규칙들은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반감하였고, 스토리의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들 및 세계관 설정을 가져왔지만 새로운 인물들의 개성은 충분하지 않았으며 세계관 설정 또한 흥미롭게 풀어가지 않았다. 기묘하게도, Cooking Companions 와 Dread Weight 의 관계는 이러한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느꼈는지, 그리고 Dread Weight 를 직접 플레이하며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적자면 다음과 같다 :

A. 마음에 들었던 부분

> 전작과 마찬가지로, Dread Weight 의 핵심 소재들 및 등장 인물들은 유럽 민속에서 따 온 것들이다. Cooking Companions 의 핵심 인물의 모티브를 이 게임에서 대놓고 밝히기 때문에, 전작을 플레이하며 게임의 세계관에 대한 추론을 하였던 플레이어들에게 확답을 던져 주었으며, 이 게임의 핵심 인물 또한 그 정보를 이용해 무슨 민속 인물에서 따 왔는지 추론하는 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대놓고 정체를 여기에 적어 보자면, 전작의 주인공은 이 게임에서 New Game+ 를 진행하면 Baba Yaga / 바바 야가 라고 이름이 대놓고 나오며, Cooking Companions 를 해 보았다면 어떤 특징을 가져왔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에서는, 전작의 주인공에 대척되는 인물인 Kurt 의 경우, 동유럽 민속에서 흔히 Baba Yaga 와 대척되는 인물로 나오는 Koshchei (The Immortal / The Deathless) / 코셰이 에서 설정을 가져왔으며, 바바 야가보다는 덜 친숙할 수 있으나 구글 검색을 통해 어떤 인물인지 읽어 보면 충분히 게임 내 왜 이렇게 표현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독특한 소재 및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 내 이 소재들을 녹여낸 과정은 여전히 이 시리즈의 특징이며, 이에 대한 큰 불만은 없었다.

> 일러스트 및 애니메이션의 경우 고퀄리티라고 말하기에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전작에 비해 애니메이션 및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약간 더 높게 표현되어 있으며, 일상물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캐릭터의 생김새와 달리 게임을 진행할수록 기이한 유령들과 기괴한 장면들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어서, 시각적으로 분위기의 반전을 잘 표현해 두었다. CG 갤러리 및 뮤직 플레이어도 게임 내 구현되어 있어서 일러스트나 음악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 외에도,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볼 수 있는 이벤트들 및 자잘한 이스터 에그들은 인상적이었다.

B. 아쉬웠던 부분 (전작 Cooking Companions 에 대한 약스포 존재)

> 스토리 및 각 등장인물에 몰입하는 과정이 많이 생략되었고, 전작에서 “플레이어가 왜 주요 등장인물 및 주변 캐릭터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올 법한 대답들을 여기서는 다 잘라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작의 경우, 게임의 초반에는 숲 속 산장에 머무는 걸로 묘사되는 등장 인물들 + 비교적으로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어서 뭔 인간찬가를 그려내는 듯한 긍정적인 느낌을 받지만, 이후에 좁은 오두막에 고립되는 부정적인 분위기로 바뀜과 동시에 앞의 인물들이 살해당하는 걸 녹여 넣어서 “어 이거 맞나??” 라는 위화감을 자연스레 느끼게 한다. 등장 인물들의 경우도, 인물 간 호감이 쌓이는 연출을 보여주면서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정성스럽게 구라를 까는 게임의 거짓말의 깊이와는 다르게 각 인물의 스크린 타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각 인물의 이야기 및 이들을 머리에 각인시켜주는 씬은 감상하기 편하고, 그 임팩트도 확실한 편이다. 반면에 이번 작의 경우, 게임 시작부터 대놓고 “마녀가 저택에 침입하려고 하고 이를 막으려는 등장 인물들” 이 나오며, 눈치가 빠른 플레이어라면 99% 의 확률로 이게 해피 엔딩으로 끝날 리 없다는 걸 알 것이다. 즉, 분위기의 반전이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반전 아닌 반전이며, 등장 인물들의 살해 또한 전작에 비해 시각적 및 서사적으로 미적지근하게 그려진다. 등장 인물에게 호감도를 쌓는 과정 또한 전작에 비해 별 영양가 없는 내용을 풀거나 (Renata 와 Dimitri), 호감도를 쌓는 선택지가 이게 맞나? 라고 느껴지거나 (The Witch) 호감도를 쌓으면 고유 엔딩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색한 면이 없지 않은 경우 (Kurt 와 Gisela) 로 나뉘어져, 오히려 각 인물 별 엔딩을 만들다가 스토리의 결말 부분이 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작에도 호감도 시스템 및 호감도를 찍을 때마다 나오는 대사가 있기는 했으나, 모든 인물 별로 호감도 엔딩이 존재하지는 않았고 결말을 나누는 요소들이 확실하였기 때문에 개그 또는 진지 결말 모두 감상하는 맛이 있었다면, 여기는 개그 결말을 억지로 한 번 더 꼬거나 정식 결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들 때문에 절반 정도의 결말은 존재 의의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 분위기의 반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1편에 귀여운 마스코트 격으로 나온 Chompettes 와 이 게임에 비슷한 역할로 나온 Max & Clover 을 비교해 보면 두 등장 인물들의 임팩트나 비중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물론 Cooking Companions 는 출시 이후 스토리 부문의 추가적인 업데이트를 했으니까, 당연히 그걸 안 한 이 게임과 비교해 1편에 나온 등장 인물들의 서사가 더 깊을 수밖에 없지 않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데이트를 하기 이전에도 Chompettes 가 더 임팩트가 강하였다. 귀여워 보이지만 가시 있는 말들을 주인공에게 던지며 대놓고 조롱하는 모습이나, 게임 내내 귀여운 얼굴 하나 바뀌지 않지만 행적들은 전혀 귀엽지 않은 걸 볼 수 있다. 반면에, Max 와 Clover 는 귀여운 오리와 토끼로 나오고, 한 두번은 분위기를 반전하는 대사를 뱉기는 하지만, 게임 내 그려지는 모습이나 위상은 거의 초반에 죽는 NPC 급이다. 물론 스토리 내 설정이나 이들의 진상은 전작의 Chompettes 처럼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를 스토리 내 그려내는 과정에서 임팩트가 매우 축소되었고, 그렇다고 이들의 독단 엔딩이 충격적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러모로 전작의 오마주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들이었으나, 전작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그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였다.

> 전작의 오마주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해 보자면, Dread Weight 에 나오는 점프스케어 및 공포 유발 씬들은 묘하게 전작과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 모 등장인물이 침대에 누워서 놀래키는 씬이나, 유령으로 변한 등장인물이 나와서 놀래키는 씬이나, 등장 인물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씬 등등, 갑툭튀로 인한 공포 조성 및 이 때 나오는 일러스트들이 뭔가 전작의 향이 많이 난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같은 시리즈의 공포 테마를 이어간다면, 이 과정에서 시각적인 공포 및 공포 조성 순간들이 겹치는 건 흔한 일이다. 여기서 문제라고 느낀 점은, 이런 갑툭튀 및 공포 씬들이 전작보다 부자연스럽게 등장한다고 느껴졌다는 점이다. 전작의 경우 게임의 후반부에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등장 인물들의 얼굴이 뒤틀려 보이는 게 스토리의 흐름 및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고, 스토리의 중심 소재가 비범한지라 심리적 공포의 근원을 생각해 볼 때 단순 갑툭튀 게임과 차별점을 둔 걸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이번 게임의 경우 저택에서 생존하는 내용 및 자잘한 초현실적 요소로 스토리의 중심 소재가 압축된 심심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렇게 중심 스토리의 몰입도가 떨어지다 보니 공포의 근원이 단순히 갑툭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분명히 현실이었으면 긴장감이 넘쳤겠지만, 미묘하게 이번 작에서는 스토리에서 몰입감을 느끼기 보다는 지루함이 더 크게 느껴져서, 공포 장면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 스토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게임플레이의 경우 위에서 더 복잡하게 하려는 시도를 하였다고 가볍게 언급을 하였는데, 전작의 경우 단순한 비주얼 노벨처럼 선택지 및 멀티 엔딩만 지원했다면, 이번에는 인벤토리 시스템 및 탐색을 통해 아이템을 모아 퍼즐을 푸는 데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적어도 위에 적은 Sucker For Love 1편 그리고 2편은 퍼즐풀이 및 게임 시스템이 매우 직관적이었고 게임의 근간을 이룰 만큼 비중이 크게 잡혀 있다면, 이번 작에 나오는 퍼즐풀이는 매우 불편하며 억지로 타임어택 시스템을 넣은 듯한 불쾌함을 느꼈다. 인벤토리에 공간을 차지해도 어떤 역할이 없는 함정 아이템들을 넣어 놓아서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주며,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구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면 빡빡한 시간 제한을 걸어 놓아서 꼼수 없이 리플레이를 하는 걸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고, 실제 퍼즐풀이의 경우도 “야이 나쁜놈들아 이걸 혼자서 알아내다가 갑툭튀가 눈동자에 새겨지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답이 그지같다. 오죽하면 New Game + 로 가면 퍼즐을 푸는 데 필요한 모든 아이템을 직접 인벤토리에 넣어주는 옵션을 넣어 두었겠는가? 아이템 시스템 뿐만 아니라 후반부의 선택지 배치 또한 혼란스러웠는데, 저택을 헤매는 스토리 구간에서 몇몇 선택지를 누르다 보면 영원히 선택지 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묘한 선택지 연결 구조가 존재하며, 특정 캐릭터의 엔딩은 한 번 진입하면 또 무한 루프가 발생해서 게임을 종료하기 전까지 스토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버그같은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전작에서 단순히 오두막의 지하로 내려가며 끝나는 확실한 동선의 후반부 스토리 전개와는 달리, 이번 작의 후반부 전개는 흐름이 혼란스러웠고, 특정 선택지를 고르다 보면 잘 이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눈에 띌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결론적으로, 등장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 및 이들이 스토리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는 확실히 표현이 되어서 큰 그림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주기는 하나, 막상 이 스토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전작과 비교해보면 매력을 많이 잃은 느낌을 받았으며, 몰입감보다는 지루함이 더 앞서는 게임의 전개 및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제일 마음에 든 부분이 뭐였음?” 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확답을 내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색채가 여러모로 이전 작에 비해 희석된 게임이라고 생각하여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업적 100% 까지 약 3.5 시간 정도 걸렸는데, 전작과 비슷한 플레이타임 및 가격 대비 분량을 보여주기에, 직접 해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할인할 때 구매하는 걸 권장한다.

여담) 특이하게 게임 내 직접적으로 모든 엔딩의 공략 –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단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데, 뭘 해야지 엔딩을 볼 수 있는지 정답을 대략적으로 알려준다 – 를 볼 수 있는 화면이 있어서, 게임을 몇 번 해보며 선택지 구조를 익히고 해답지를 참조하다 보면 스스로 모든 엔딩을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적었지만, 이런 면에서는 괜히 애매하게 컨텐츠를 숨겨 놓는 비주얼 노벨들보다는 이 게임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Posted 1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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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hrs on record
게임의 제목은 사고 실험 시뮬레이터이지만, 실제로는 헛소리 & 만담 시뮬레이터에 가까운 게임.

Thought Experiment Simulator 는 게임의 제목과 같이 철학적 딜레마들과 이들을 사색하는 과정을 그려낸 단편 코미디 게임으로, 게임의 주제만 보면 뭔가 깊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다룰 것 같은 게임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진지함은 없고 각종 이스터에그와 드립을 넣는 걸 참지 못하는 개발자의 성격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게임의 주요 주제인 “유명한 논제들” 에 초점이 아예 맞춰지지 않은 게임은 아니지만, 이 게임을 구매할 때 “유명한 논제들에 대한 지식을 얻고 가볍게 공부를 하려는 목적” 으로 게임을 샀다가는 별로 얻는 게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정확히 이 게임의 게임플레이는 무엇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가?

이 게임은 크게 3종류의 모드로 나뉘는데, 스토리 모드 / 시뮬레이션 모드 / 챌린지 모드 가 존재한다. 스토리 모드의 경우 3명의 철학자가 나와서 특정 철학적 논제에 대해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걸 읽는 모드이다. 철학적 논제들의 경우 트롤리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 테세우스의 배처럼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본 예제들이 나오므로,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등장하는 철학자의 경우 논제별로 다른 인물들이 나오면서, 묘하게 각 주제에 알맞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이 주장하던 내용과 논제를 연관 지어서 말을 한다. 철학자 간 대화의 내용은 진중하고 적당히 철학적 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다루고 있으나, 이 대화가 재미있다고 적기에는 내용이 좀 딱딱한 편이고, 후반부로 가면 번역체의 어색함이 존재하여 완전히 매끄러운 글을 읽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챌린지 모드의 경우, “미니게임들을 제한 시간 내 성공적으로 행해야 하고 실패하면 목숨을 잃는다 + 미니게임을 진행할수록 제한 시간이 짧아진다” 는, 매우 익숙한 형식의 게임플레이 구간이다. 이 모드를 완주하는 업적이 한 개 있어서 업적 100% 를 노린다면 귀찮을 수 있으나, 미니게임들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으며, 한 두번 죽는다고 실패하는 게 아니라 미니게임을 성공하면 다시 목숨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완주를 하는 건 비슷한 구조의 게임들에 비해 쉬운 편이다.

시뮬레이션 모드의 경우, 말이 시뮬레이션 모드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각 철학적 논제에 대해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 개드립을 쳤는가?” 를 볼 수 있는 모드이다. 특정 논제의 시뮬레이션 모드를 선택하면, 각 논제를 확장하여 만들어낸 사고 실험 (시뮬레이션) 을 플레이 할 수 있고, 여기서 특정 행동을 하면 별을 획득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개발자의 각종 개그 욕심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코미디로 가득한 게임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이유가 두 가지 나온다. 첫 번째는, 모든 사고 실험이 원본이 되는 철학적 논제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 트롤리 딜레마, 시시포스,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경우는 그나마 원본의 논제와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보여주는 논제의 면모가 이어지는 편인데, 무한 원숭이 정리나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논제의 뼈대만 빌리고 시뮬레이션 내용은 아예 논제와 이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절반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매우 단순한 이유이지만, 모든 드립이 성공한 드립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개드립이 포복절도로 이어지기 보다는 그냥 피식하면서 가볍게 웃기는 정도인데, 이 중에서도 개그 코드가 안 맞는 드립들이 있어서, 이런 구간들이 등장하면 정색과 함께 노동처럼 느껴지는 게임플레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솔직히 비추천을 남길까 고민을 많이 한 게임이지만, 그래도 게임을 하면서 몇 군데는 웃음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고 + 가격이 그리 비싼 건 아니기에 일단은 추천을 남기기로 하였다. 적어도 불쾌한 구간을 넣어서 플레이어가 찝찝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게임보다는, 그냥 무해한 드립 실패로 플레이어가 정색하는 걸로 끝나는 게임이 티끌만큼 괜찮다는 점도 게임에 긍정적 평가를 남기는 데 이유로 적용하였다.


결론적으로, 완전히 만족한 게임은 아니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에도 좀 애매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두번 정도는 웃긴 순간들이 있었고,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게임은 아닌, 간단한 시간 때우기로는 나쁘지 않은 게임이기에 애매하게 추천을 남긴다. 플레이타임의 경우 업적 100% 기준 2.2 시간이 걸렸고,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은 적당하다.

여담) 업적의 난이도는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모든 별 얻기 + 챌린지 모드 클리어 + 몇 개 놓치기 쉬운 이스터 에그 찾기 등등을 완료하면 되며,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아 혼자서 가이드 도움 없이 100% 달성하기 쉽다.
Posted 31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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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hrs on record
평범한 고등학생이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던 중 운명적인 만남을 겪은 이후, 미묘하게 변화하는 세상과 기억이 점점 이상해지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원인을 찾고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는 이야기.

Until Then 은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 / 비주얼 노벨 게임으로, 게임플레이는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게임의 매력이 비주얼 및 스토리 전달에 더 쏠려 있는 게임이다. 스토리가 이 게임의 추천 이유의 99% 를 구성하기에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서 하고, 게임플레이와 비주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비주얼의 경우 상점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듯이 픽셀 그래픽을 채용하였으며, 배경 및 오브젝트 표현이 (현실적인 그래픽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매끄럽고 자세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게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시대적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특징은 배경 표현뿐만 아니라 인물을 표현할 때도 드러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디테일이 덜 살아있는 인물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뭔가 엉성하게 보일 수 있으나, 과장된 표정 및 움직임을 사용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들 & 감정선을 전달하는 연출 및 스토리 부분들에는 좀 더 디테일하고 자세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몰입하는 걸 도와준다. 특히 게임의 종지부로 다가갈수록 후자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 표현 및 연출을 잘 살려 놓아서,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높여 놓았다. 시각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만점을 주고 싶은 게임이었다. 참고로, 게임의 배경이 2014년 필리핀이라 그런가 시각적 및 청각적으로 해당 지역을 반영하는 부분들 – 학교 및 교실의 내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배경에 들리는 소란 등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 가 나온다. 공간적 배경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으나,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으며, 현지 사람이 아니어도 게임에 빠져드는 게 힘들지 않았다.

게임플레이의 경우 정말 단순한 편인데, 사실 “이걸 게임플레이라고 말해도 되나?” 라는 정도의 최소한의 게임플레이를 지니고 있고, 이 때문에 위 문단에서 이 게임의 장르를 비주얼 노벨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 게임의 진행은 대부분 두 인물 사이 진행되는 대화 및 주인공의 내면 생각이 화면에 텍스트로 보여지고 이를 읽는 행위이며, 그 외에는 : 1.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화면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 / 2. 짤막한 미니게임 진행 / 3. 시각적 연출 감상 등으로 이루어진다. 즉, 사실상 눈으로 화면을 감상하는 데 및 글을 읽고 소화하는 데 게임플레이의 초점을 맞추었으며, 미니게임의 경우도 고득점 및 우승을 노릴 수는 있으나 스토리의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그냥 스토리 몰입의 역할을 담당하는 정도이다. 포인트 앤 클릭 게임들 및 시네마틱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들에서 보이는 퍼즐들도 없이, 그냥 담백하게 스토리를 즐기는 데에만 집중이 되어 있는 게임이기에 이러한 “수동적인 게임플레이” 를 싫어한다면 이 게임을 접하고 꽤 당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괜히 삐걱거리고 짜증만 나는 퍼즐들 / 게임플레이 구간을 넣을 바에는 그냥 담백하게 그런 걸 빼 버리는 걸 더 선호해서, 오히려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게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비주얼 노벨 및 텍스트 기반 게임들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반대로 느낄 수 있으니, 그러한 게임들과 담을 쌓았다면 이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 가 확 줄어든다는 건 예상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Until Then 의 스토리는 어떨까? Until Then 은 총 3개의 “회차” 에 걸쳐서 스토리를 풀어 나간다. 마치 타임 루프물처럼, 첫 회차의 엔딩을 본 뒤 다음 회차에는 익숙한 캐릭터들 및 장면들을 볼 수 있지만, “아 이거 예전에 본 건데!” 라고 안심하는 순간 개발자가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후려 치는 장면들도 나와서 스토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러한 스토리의 구성을 적는 것 자체가 큰 스포일러이기는 하지만 굳이 여기에 적는 이유는, 게임의 첫 회차를 끝내고 게임이 거기서 끝난다고 바로 단정을 지어 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물론 첫 엔딩을 보고 게임이 시각적으로 묘하게 달라지는 부분이 존재하며, 눈치가 있다면 “이게 엔딩일 리가 없잖아!” 라고 게임이 소리치는 게 바로 보이기 때문에, 게임을 이어하면서 자연스레 2회차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세 개의 회차 속 스토리의 전개는 동일하게 흘러가지 않지만 동시에 이전 회차들에서 보여준 스토리 떡밥들이 자연스레 언급되기 때문에 연속성이 느껴지며, 각 회차에서 스토리의 중심 소재로 잡는 것 또한 회차별로 다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여도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스토리의 전개 및 이에 대한 감상평을, 게임의 큰 스토리라인을 절반으로 나누어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A. 전반부 (1회차)

1회차 때는 주인공 Mark 및 주변 인물과의 관계 서술에 집중을 하고 있으며, 이 인물들 간 발생하는 사건들 및 관계 향상을 서술하면서 여러모로 일상물 / 청춘 드라마가 생각나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Mark 의 경우 자취하는 고등학생으로, 성적을 대충 관리하고 과제들도 제출 마감 15분 전에 우겨 넣는 등 우등생이라고 말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여준다. 당장 스토리의 시작도 조별 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팀원의 도움을 받아 슬라이드 쇼를 만드는 데서 시작하니 말이다. 활발하면서 Mark 를 놀려먹는 데 도가 튼 절친 Cathy 및 사진 촬영을 취미와 미래 직업으로 삼고 있는 또 다른 절친 Ridel 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이 외에도 엄격한 성격을 지니면서 매사에 진지한 반장 Louise, 농구부의 일원이자 게임 시작 조별 과제에 참여한 일원인 Ryan, Louise 의 절친이자 100% 외향적 성격을 찍은 Sofia 등등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Mark 와의 잡담 및 관계 형성이 보여진다. 스토리의 본격적인 전개는 전학생 Nicole 이 등장하면서 시작하는데, 같은 반에 전학을 오지는 않았으나 주인공의 기행으로 인해 복도에서 부딪친 이후 교장실에 끌려가게 된 Nicole 과 Mark 가 만나게 되면서 두 인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게 그려진다.

스토리가 흘러가는 속도는 여러 사건들을 그려 나가는 과정 + 이들을 보여 주는 연출들이 천천히 흘러가고, 인물들 간 대사량도 적은 게 아니라서 느린 편이다. 그래도, Mark 및 주변 인물들에 관한 서술은 전혀 어색하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이 느린 속도 때문에 각 인물이 제대로 표현되었으며 1회차의 후반부 전개에 대한 몰입도를 매우 높였다고 생각한다. 1회차의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게임의 시작에 직설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던 / 각 등장 인물이 숨기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들에 대한 복선이 게임 내내 흩뿌려져 있기 때문에 눈치가 빠르다면 게임이 직접 이야기해 주기 전에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등장하는 어이없는 반전을 남발하는 이야기 전개보다는 적절한 떡밥을 뿌려 놓아서 눈썰미가 좋은 독자들이 미리 예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더 좋듯이,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 라고 부정적으로 적을 수 있으나 반대로 보면 “매끄럽게 흘러가면서 독자들을 기만하지 않는 이야기” 라고 긍정적으로 적을 수도 있다. 또한, 1회차 스토리의 기준으로만 보았을 때도 여러 가지 감정들 – 친한 친구 간 사이가 멀어지는 데서 느끼는 불안감, 연애 감정,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 그리고 이에 대한 용서 등등 – 을 잘 다루면서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아마 이 때문에 1회차가 끝이라고 오해한 플레이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스토리 전개는 어떨까?

B. 후반부 (2 & 3회차)

2회차의 시작은 1회차의 시작에서 – 또 조별 과제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해 학교로 달려가서 슬라이드 쇼를 만드는 데서 – 시작하지만, 여러모로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졌다는 게 스토리의 초반부터 바로 드러난다. 조별 과제의 조원이 바뀐 것도 그렇지만, 1회차 때는 크게 성공하여서 외부 업무 때문에 Mark 및 Cathy 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았던 Ridel 이 여기서부터는 일이 잘 안 풀려서 주인공과 자주 마주치게 되고, 이 외에도 크고 작게 변하는 디테일들이 등장한다. 게임은 이렇게 스토리 전개가 1회차 때와 비교해 바뀌었다는 걸 숨기지 않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아 뭐야, 1회차랑 똑같이 흘러가네” 라고 느끼는 부분들을 약간씩 뒤틀어서 분위기 전환을 하고, 몇몇 장면들에서는 1회차 때 벌어진 사건 / 밝혀진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 즉, 2회차의 주인공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1회차의 사건들을 모두 기억하는 플레이어가 보면 감탄이 나오는 – 진중한 장면들이 나오면서 감정선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다.

또한, 1회차에도 초점이 비춰졌지만 결론에서는 흐지부지된 주제인 “데자뷰 현상 및 실종 사건” 에 대한 떡밥들이 2회차에서 본격적으로 풀리게 된다. 1회차에서 Louise 는 자신의 기억이 미묘하게 거짓된 정보와 섞이면서 어디서 본 적 있는 사건이 반복되는 데자뷰 현상을 겪는다는 걸 Mark 에게 언급하고, 실제로 1회차 때 이런 연출들이 보이지만 이에 대한 깊은 탐구 및 해석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플레이어는 대충 짚어 넘기게 된다. 그러나 2회차 때부터는 Louise 가 이러한 현상에 관해 예전보다 깊게 연구하게 되며, 게임의 연출들 또한 “Mark 가 이러한 데자뷰 현상을 겪으며 과거에, 즉 1회차 때 일어난 일들을 파편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하여서, 데자뷰 현상 / 연출들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Mark 와 Nicole, 그리고 Louise 가 함께 밝혀 나가는 게 스토리라인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등장한다.

여기서 더 자세히 적자면, 변화하면서 망가지는 세상에 관한 스토리라인은 2회차에 가볍게 다뤄지다가 3회차의 주요 요소로 등장하고, 게임 내 나름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한다. 당연히 여기에 그 이유를 적으면 중대 스포일러가 되니 적지 않겠지만, 감정이 80% 메마른 사람이라 그런가, 이 장면에서 감동이 몰려오기 보다는 “이런 내용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건 좀 아쉬운데 …. “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단, 이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물리학 관련 정보 및 기반이 가볍게 나오기는 하는데 만약 “과학적으로 서술이 되는데 자세히 보면 뭔가 엉성한 부분이 있는 떡밥” 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여기서부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걸 한 두번 보는 게 아니라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과학적으로 비상식적이라 아쉬움을 느낀 것 보다는, 미묘하게 핍진성 면 – 즉, “게임 내 세계관 설정으로 삼기에는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걸 게임 속 사건들의 원인으로 그려낼 거면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그려내거나, 게임의 후반부에 몰아넣지 말지 ….. “ – 에서 아쉬움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 몇몇 부정적 평가를 보면 이러한 스토리의 관점 변화 (즉, 초반에 보여 주었던 스토리 전개와 달리 후반부에서 갑자기 공상과학 전개를 보여 준다는 것) 에서 거부감을 느낀 평가들이 보인다.

C. 그렇다면 이 게임의 스토리는 형편없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편없었다면 이 평가는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이다. 위의 문단에서 적은 아쉬움 때문에 완벽하고 깔끔한 스토리라고 적지는 않겠으나, 동시에 저러한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최후반부에 보이는 시각적 연출 및 떡밥 회수는 인상적이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텍스트를 결말과 이어주면서 Mark 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 주는 연출의 구성은 인상 깊었으며, 다회차를 통해 보여주는 Mark 와 그의 친구들 간 관계 변화와 이들이 스토리 내 표현된 부분들은 각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마지막까지 최대한으로 올려 놓았다. 개인적으로 캐주얼 감성 게임들을 플레이 할 때 제일 싫어하는 게, 캐릭터와 플레이어 간 제대로 감정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 특정 캐릭터에 대한 공감 및 애정을 느끼거나, 반대로 이들이 보여주는 행위로 인해 거부감 및 충격을 느끼게 만들기 전 – 이 캐릭터를 지탱할 수 있는 서사적인 디딤돌 없이 억지로 감정을 쑤셔 넣는 장면을 보여주고 “여기서 우셔야 합니다 !!!” 를 울부짖는 게임들이다. Until Then 은 거의 이와 반대되는 걸 보여준다. 위에서 스토리 전개가 느리다고 말했는데, 총 플레이타임이 15 ~ 20 시간으로, 나처럼 안일하게 6시간짜리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는 게임의 분량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Until Then 은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회차 속 반복되어 보이는 사건들의 연속 속에서도 유의미한 디테일을 집어넣어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만들어 두었고, 이렇게 각 인물에 대한 서사를 돌탑마냥 차곡차곡 쌓아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레 각 캐릭터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며, 마지막에는 게임의 주요 인물들인 Mark 와 Nicole 에게 과몰입을 하는 게 강제되는 게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여러모로 “게임이 플레이어를 울리려면 이 정도 빌드업은 해 둬야 한다” 라고 느낀 게임들 중 하나였다.


결론적으로, 스토리가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천천히 그리고 제대로 전달한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는 비주얼과 이를 보충하는 사운드로 몰입도를 더 높여 놓아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게임이기에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위에서 말했듯이 비슷한 가격의 캐주얼 게임 / 비주얼 노벨에 비해서는 꽤 긴 편이다.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가볍게 할인할 때 직접 해보는 걸 권장한다. 몇몇 유튜브 평가들에서는 픽셀 그래픽 + 동남아 지역 (인도네시아) 을 배경으로 함 + 감성적인 스토리 전달이라는 특징들이 겹치는 A Space for the Unbound 를 언급하는 평가들이 보였는데, 두 게임 모두 해 본 입장에서, 만약 그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이 게임도 역시 마음에 들 것이라 생각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놓칠 수 있는 업적이 많지만, 스팀 가이드에 업적 가이드 존재 + 게임을 끝낸 후 챕터 선택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처럼 1회차 때 공략을 참고하며 업적을 모두 딸 수도 있고, 가이드 없이 게임을 즐긴 뒤에도 업적들을 딸 수 있어서 첫 회차 때 업적을 놓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많은 업적의 경우 미니게임을 완벽하게 해내는 걸 요구하는데, 대부분은 쉽지만 몇몇 업적의 경우 난이도가 높으며, 특히 피아노 리듬 미니게임들을 완벽하게 하는 게 꽤 어려웠다. 업적 100% 를 딸 거라면, 모든 업적을 따는 과정이 다른 비주얼 게임마냥 딸깍 몇 번에 달성되지 않아서 매우 순탄하지만은 않은 과정이라는 건 알아야 할 것이다.
Posted 28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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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hrs on record
고대 유적을 탐험하며 보물을 찾는 한 고고학자의 모험

Archaeogem 은 고고학을 뜻하는 Archaeology 와 보석을 뜻하는 Gem 의 합성어로, 주인공이 고고학자이며 세상을 돌아다니며 각종 보석을 찾는 게 목표인지라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단순한 게임 제목을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한다. 게임 속 주인공에 대한 약간의 배경 스토리 및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나오는 자잘한 NPC 대화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유의미한 스토리 전개는 없다고 보는 게 편하다. 스토리는 “유적을 탐험함 > 보물 모음 > 엔딩!” 의 구조이며, 게임의 진행과 이어지지 않은 부가적인 수집품을 모은다고 해서 스토리가 달라지는 건 없고 그냥 모으는 과정에서 오는 “도전적인 플랫포밍 실력 요구” 에 재미를 느끼는 게 전부이다. 물론 이 게임을 빈약한 스토리로 비난할 생각은 없다. 정밀 플랫포머 게임들 중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둔 게임이 많지 않으며, 대부분은 “이거 깰 수 있겠어? 과연 네 플랫포밍 실력의 극한은 어디일까?” 를 테스트하는 데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의 플랫포밍 난이도는 적당한 편이다. 초반에는 매우 쉽지만 후반에 가면 약간은 고난이 느껴질 법한 구간들이 나오며, 메인 스토리 진행은 쉬운 편이지만 가끔 몇몇 개의 수집품은 악의적인 위치에 있어서 먹는 데 많은 죽음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밀 플랫포머를 이것저것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의 주요 메커니즘 – 정밀 플랫포머의 중심이 되는 이동 능력 및 제약 관련 메커니즘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 게임은 (키보드 기본 배치 기준) Z, X, C 키 및 방향키를 사용한다. 방향키야 당연히 캐릭터를 이동하는 데 쓰이고, Z 키는 점프를 하는 데 쓰인다. 그러면 X 와 C 는 어디에 쓰이는가? X는 대시에, C 는 에임에 쓴다. 이 두 키가 제일 중요한데, 이 중 첫 번째 이유는 “대시키가 있지만 대시를 누른다고 해서 대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분홍색으로 빛나는 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을 주인공이 들고 있는 채찍으로 톡 치면 주인공 주위에 붉은 기운이 돌게 되며, 이 상태에서 X 키와 원하는 방향키를 누르면 해당 방향으로 대시를 하게 된다. 즉, 이 게임에서 대시는 일종의 소모품이자 특정 위치에서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두 번째 이유는, C 가 에임 키라고 쓰기는 했지만 플레이어가 수동으로 에임을 할 필요는 없고, 인식 범위 내 꽃이 들어오면 점선으로 표시를 해 주고, 이 때 C 를 누르면 채찍으로 주인공이 알아서 꽃을 공격하게 된다. 대시를 가능하게 해 주는 꽃 말고도 플랫폼을 움직이는 꽃이나, 갈고리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매달려야 하는 꽃도 존재해서 대시가 등장하지 않는 레벨들에서도 C 키는 여전히 눌러야 한다. 솔직히 말해,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초반에는 X 와 C 키를 헷갈리느라 죽는 부분들이 다소 있었다. 대부분 정밀 플랫포머가 대시 + 점프를 주로 사용하고 대시는 언제든지 해 주는 플랫포머가 많아서, 꽃을 공격하는 걸 깜박하고 대시를 하려고 하거나, C 키를 눌러야 하는데 실수로 X 를 눌러서 사망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래도, 조작키가 과하게 복잡하지는 않기에 (그리고 다른 키 배치도 게임 내 지원하기 때문에) 키 할당에 대한 큰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꽃을 쳐서 대시를 얻는 메커니즘 자체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대시를 소모해서 플랫포밍을 시도했는데 실패하면 다시 대시를 충전해 와야 하기에,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하며 어떤 조작을 해야 하는 지 익혀야 하는 정밀 플랫포머의 기본 게임플레이와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게임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지, 만약 고난이도 정밀 플랫포머 만큼 어려운 구간들을 시켰다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게임 중반부부터 공격할 수 있는 다른 꽃들의 경우는 단순히 대시만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역할을 담당하지만, 게임 내 미묘하게 이상한 물리 법칙 때문에 여러모로 짜증을 느끼게 되었다. 중반부에 나오는 – 그리고 많은 플랫포머 게임들에서 빠지면 섭섭한 – 갈고리 밧줄 및 좌우로 흔들리며 알맞은 타이밍에 밧줄을 놓으며 점프해야 하는 구간들은 은근히 관성 및 물리 법칙이 잘 적용되지 않았으며,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한 힘으로 주인공이 날아가는 괴상한 경우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벽 점프 또한 게임 내 메커니즘으로 존재하지만 조작이 다른 매끄러운 플랫포머들과 비교했을 때 괴악하게 느껴진다. 제일 최악인 점은 시각적인 면모 / 가시성인데, 다른 평가들에서 Celeste 가 생각나는 색감 배치에 (심하게 가면) 이 게임을 시각적 및 게임플레이 면에서 표절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들이 보이나,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강한 표현을 이 평가에 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Celeste 의 평가들을 읽으면 시각적인 면모로 이를 비판하는 평가들은 잘 보이지 않음에 비해, 이 게임의 경우 정글 / 동굴 지역에서 장애물과 배경을 비교하고 구분하는 일은 끔찍했으며, 앞의 구역들에 나오는 오브젝트들 및 배경들 또한 잘 배치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임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시각적으로라도 괜찮기를 바랬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결론적으로, 완성도 면에서 크게 하자가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재미가 있거나 손맛이 있는 플랫포머라고 적을 만한 게임은 아니었으며, 정밀 플랫포머를 싹싹 긁어먹는 취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낄 부분이 적기 때문에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100% 수집품까지 5시간 정도 걸렸는데, 가격 대비 분량이 매우 좋은 수준은 아니라 만약 직접 해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할인을 할 때 구매하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절반 정도는 놓칠 수 있는데, 업적 설명을 읽으면 뭘 해야 할지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으며, 수집품의 경우 기묘한 곳에 숨겨진 수집품이 많지만 다행히 스팀 가이드에 자세한 위치가 올려져 있기에 공략을 잘 읽으면 첫 회차에 모두 얻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공략 없이 수집품을 찾으려면 챕터 선택을 통해 이전 월드로 돌아가야 하는데, 한 월드 별 스테이지 선택이 없어서 꽤 불편하기에 귀찮아지기 싫으면 그냥 1회차 때 싹 수집하는 걸 추천한다.
Posted 26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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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hrs on record (2.4 hrs at review time)
사라진 어머니가 남긴 편지들을 다시 읽으며, 그녀의 실종에 관한 진실을 찾고자 편지에 동봉되어 있는 사진들을 재현하는 이야기.

The Star Named EOS 는 게임의 이름부터 별과 관련이 있는 스토리를 다룰 것이라고 광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게임의 시작부터 빛 그리고 별을 강조하면서 여기에 사진 촬영이라는 소재를 얹어, 이 두 단어를 스토리의 주요 조미료로 사용한다. 스토리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데, 어머니의 실종 이후로 혼자 살고 있는 주인공 “데이” – 게임 시작할 때 Day 인 줄 알고 “어떻게 주인공 이름이 일 ㅋㅋㅋ” 이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Dei 여서 약간 머쓱했다 – 는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들을 다시 읽으며, 그녀가 편지를 작성한 장소들을 방문하여 어머니의 실종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내용으로 게임은 시작한다. 그러면 그 장소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는 어머니는 편지를 보낼 때마다 항상 자신이 찍은 사진을 같이 보냈는데,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아서 역시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게 된 주인공은 편지 속 사진의 위치를 찾아 나감과 동시에 같은 사진을 재현하며 과거의 발자취를 밟아 나가게 된다. 게임플레이는 이렇게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를 한 챕터의 마지막으로 삼으면서, 일종의 종결점과 동시에 새로운 소재 /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올바른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에 넣을 오브젝트를 찾는 행동을 포인트 앤 클릭 및 퍼즐 풀이로 풀어내면서 이를 주요 게임플레이 장르로 삼고 있다.

실제 게임플레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적자면, 같은 개발사의 전작인 Behind The Frame 을 플레이해 봤다면 그 게임과 다소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화면의 중심에 고정되어 있고, 1인칭 시점을 채용하고 있어 마우스 클릭 및 드래그를 이용해 시점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관찰 가치가 있는 오브젝트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집을 수 있다. 한 챕터 내 다양한 장소를 거치는 일 없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길을 헤맬 일은 없으며,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오브젝트의 구분 또한 전작처럼 마우스를 물체 위에 올리면 볼 수 있기 때문에 편의성은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난이도의 경우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전작에 비하면 약간 더 올랐다고 생각한다. 퍼즐들의 경우 해답이 꽤 직관적이지만, 몇 개의 경우 약간 꼬아 놓았기 때문에 부가적인 추론을 해야 풀 수 있으며, 몇몇 퍼즐들은 관찰력이 부족하면 나처럼 시야 좁은 사람들이 삽질하기 매우 쉬운 퍼즐이라 큰 그림을 봐야 이상한 곳에서 막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했다시피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캐주얼 힐링 게임에 딱 알맞은 난이도이고, 이 게임 속 퍼즐들로 인해 짜증을 느끼는 경우는 없었으며,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퍼즐 또한 없었다.

스토리는 명작급이라 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전작에 비해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전작의 부정적 평가 중 일부는 스토리 면에서 결말이 다소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고 적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적은 평가에는 결말이 이해가 간다고 적기는 하였으나, 주인공 이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다시 짚어보면 의아함을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The Star Named EOS 도 완전히 매끄러운 스토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스토리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소재 및 이를 보여주는 과정이 꽤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지라 약간은 당황하였다. 이 소재를 생각보다 그렇게 깊게 풀어 나가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스토리의 후반부에 이를 재조명하면서 여운이 남는 마무리로 이어가는 디딤돌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결말을 보고 나니 큰 불만을 가지지는 않게 되었다. 중반부 이후의 스토리는 어머니의 실종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양상이 방향을 틀게 되는데, 전작에 비교해서 주인공 이외의 등장 인물들에 대한 존중 및 납득이 가능한 방향의 이야기를 보여 주기 때문에 후반부 전개가 마음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은 Behind The Frame 의 메인 캐릭터에 비하면 이 게임의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시간이 적게 느껴져서, 중심 인물에 대한 몰입이 그 게임보다는 덜했다는 점이다. 물론 스토리의 전개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으나, 묘하게 주인공에 관한 정보를 많이 풀어주지 않고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조차 후반부에 모두 몰려 있어서, 캐릭터성을 많이 풀어주지 않았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비주얼 및 사운드의 경우는 전작처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사운드는 잔잔한 선율이 주를 이루어서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인 게임과 잘 어울렸다. 비주얼의 경우 전작의 주요 매력 포인트였던 만큼, 이번 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이 후반부에 많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챕터 중간중간 나오는 영상을 감상하는 맛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배경 및 오브젝트 표현에 사용된 색감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며, 소소한 디테일들 또한 찾는 맛이 있다. 참고로 이전 작과 관련된 몇몇 오브젝트들이 게임 진행 중 배경에 나오는데, 눈썰미가 좋다면 이들을 보고 “아 이거 알지!” 라는 생각을 자동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파격적이거나 독특한 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균치는 만족하는 캐주얼 힐링 게임” 으로써는 합격 점수이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게임을 찾는다면 해 보기에 나쁘지 않아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약 2시간이 걸렸는데, 전작보다 약간 더 길어졌지만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은 여전히 매우 좋다고 보기는 어려워, 급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 할인할 때 사는 걸 권장한다. 업적 100% 의 경우 몇 개의 업적 빼면 외부 도움 없이 따는 게 쉬운 편이고, 이후 제대로 된 공략이 나오면 이를 참고하며 챕터 선택을 통해 놓친 업적을 회차 플레이 없이 딸 수 있기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담) 게임 내 더빙 퀄리티는 나쁘지 않고, 한글 번역의 경우도 잘 되어 있어 스토리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다. 더빙의 경우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가 있는데, 일본어 더빙의 경우 영어 더빙과 비교해서 목소리 음량이 작은 편이니, 더빙 언어를 바꾼다면 설정에서 사운드 조절을 적당히 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Posted 23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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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hrs on record
황량하고 적막한 세상을 가로지르며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플랫포머 / 워킹 시뮬레이터 장르의 게임

Tempus Bound (바인딩 시간) 은 끔찍한 번역 실력을 보여주는 게임의 제목으로 충격을 주는 게임으로, 인간이 아니라 웬 올빼미 + 인간 + 여우가 혼합된 키메라 같은 주인공을 조종해서 기묘한 세상을 걸어 다니는 게임이다. 사실, 이 게임의 설명을 읽고 구매를 했을 때, 정확히 무슨 게임을 기대해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파쿠르 플랫폼 기술이 적힌 걸 보니 정밀 플랫포머 게임인가? / 어두운 과거를 언급한 걸 보니 스토리 기반의 게임인가? / 그래도 물리학 및 퍼즐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퍼즐 플랫포머의 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게임인가?” 등등, 여러 장르의 혼합형 게임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단순한 플랫포머 게임보다는 조금 더 양념이 들어가 있는 게임이라는 모호한 첫인상을 지니고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과물은 어땠는가? 간단하게 적자면, 앞에 적은 특징들이 틀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이 요소들이 깊이 있게 들어갔다고 적기에는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정밀 플랫포머라고 적기에는 – 물론 어느 정도의 컨트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 미세한 조작을 크게 요구하는 구간이 없었고, 파쿠르를 심도 있게 보여주지 않았다. 퍼즐 플랫포머라고 하기에는 독특한 퍼즐 메커니즘 또는 적정 분량의 퍼즐이 나오지 않았다. 스토리가 풍부하다고 하기에는 다른 단편 스토리 기반 게임들과 비교를 해 보면 의미 있는 스토리 전개 및 세계관 구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이 게임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이에 대해 좀 더 적어 보자면 + 게임의 특징을 더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 게임의 시작부터 감옥에 갇힌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감옥의 문이 열린 걸 보고 바깥 세상으로의 탐방을 시작하게 된다. 시작은 어두컴컴한 감옥에서 진행되지만 밝은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면, 지하 세상에서 볼 수 없던 오브젝트들과 생명체들을 볼 수 있게 되고, 약 3종류의 지역을 지나고 나서 여정의 끝을 마주하는 게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방향이다. 게임플레이는 일반적인 플랫포머와 같이 적절한 점프 및 거리 조절을 잘 하며, 발판에서 다른 발판으로 이동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새로운 지역으로 갈 때마다 새로운 기믹 / 메커니즘이 나와서 지역별로 특색은 있는 편이며 – 예를 들자면 감옥을 나가자마자 보게 되는 첫 지역은 공중에 떠다니는 발판 및 움직일 수 있는 상자들이며, 다음 지역에서는 점프할 수 있는 버섯 발판 및 거울이 게임 메커니즘으로 나온다 – 각 지역 별 차이점은 충분히 존재한다. 플레이타임 또한 긴 편이 아닌데, 평가를 쓰는 기준 3.4 시간이 걸려서야 모든 업적을 따기는 했지만, 1회차 기준으로 엔딩을 볼 거면 45분 ~ 1시간 정도 안에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단편 플랫포머 게임” 을 원했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다.

> 그러나 이 게임의 가장 큰 비추천 이유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이 게임의 매력이나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게임 진행 중 짜증나는 부분이나 버그로 인해 진행이 막히는 부분은 없었지만, 직접 게임을 하는 동안 이 게임을 이어 나갈 동기 및 게임의 독특한 장점을 생각해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정밀 플랫포머 / 퍼즐 플랫포머에서 보이는 난이도 있는 플랫포밍 구간 / 푸는 맛이 있는 퍼즐은 없었으며,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시네마틱 플랫포머 게임처럼 배경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맛이 있었냐 하면 애매하다. 사운드는 심심한 편이고, 비주얼의 경우 색감의 표현 및 게임 중간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나쁘지 않았으나, 감상하는 매력은 크지 않았고 “비주얼 및 연출을 보기 위해 게임을 할 가치가 있다”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임 내 대사는 거의 없고 엔딩 연출로 스토리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스토리가 뭐 대단하냐? /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느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즉, 다른 평가에서 썼듯이, 고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면 잠시 수면이 불안정해지다가 곧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잔잔해지듯이, 아무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이 의미 없는 손가락 운동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 “플레이타임이 45분인데 왜 3시간을 넘게 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여기서 이 게임을 비추천한 또 다른 이유가 나온다. 차라리 게임이 1시간만에 끝났으면 게임이 끝난 이후 불편한 뒷맛이 남지 않았을 텐데, 이 게임은 놀랍게도 멀티 엔딩을 지원하며, 1회차에 볼 수 없는 다른 엔딩을 보려면 회차 플레이를 해야 한다. 다른 엔딩을 보려면 게임 내 모든 수집품 및 도감을 완료해야 한다. 언뜻 보면 꽤 단순한 조건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절반 이상의 수집품은 첫 회차에 모두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뜬금없이 낚시가 소개되고, 게임 속 등장 가능한 물고기를 모두 잡아야 진엔딩을 볼 수 있게 게임이 설계되어 있으며, 한 회차 내 정해진 수의 낚시 가능한 장소에서 물고기를 낚고 도감을 모두 채울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왜 물고기를 모두 잡아야 진엔딩을 볼 수 있는지, 그리고 낚시가 이 게임에 왜 소개되는지는 게임의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는다. 마치 “게임 내 수집품이 있으니까 모으는 거지, 수집품이 왜 존재하는지는 묻지 마라” 라는 규칙을 따르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런 걸로 특정 엔딩이 아무런 이유 없이 연결되면 게임이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그래도 모든 물고기를 잡는 과정이 귀찮은데 딱히 스토리와 연결도 잘 되지 않아서 기분이 상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난이도 및 비주얼은 괜찮았으나, 게임 자체가 그닥 재미있지 않아서 비추천. 정가가 비싼 건 아니라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나쁜 건 아니지만, 직접 해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할인을 할 때 사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 100% 는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지만, 몇몇 귀찮은 업적이 있어서 – 예를 들자면, 감옥을 탈출할 때 횃불을 안 들고 탈출하는 업적이나, 모든 엔딩을 보는 업적이 있다 –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난해한 업적은 없으니, 업적 설명만 읽어 본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Posted 18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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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hrs on record
어두운 우물 안을 탐험하며 숨겨진 비밀들과 각종 도구들을 찾아 나가는 게임

Animal Well 은 게임의 제목처럼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우물 안에서, 작은 물방울처럼 생긴 나약한 존재를 조종해서 우물 속 비밀들을 알아가는 메트로배니아 + 퍼즐 플랫포머이다. 메트로배니아라는 단어를 들으면, 같은 장르의 많은 게임들이 그래왔듯이, 적당한 깊이의 전투와 맵 탐방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투 요소가 아예 없는데, 주인공이 매우 연약한 존재라서 강아지 한 마리에게도 털리는 빈약한 내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마치 동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한 마리 파리처럼, 플레이어는 우물 안 살아가는 동물들과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외부 장치의 힘을 빌리거나 도주하여 그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방법 말고는 살아남을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게임은 전투보다는 하나의 세상을 탐방하는 여정과 이 과정에서 찾는 다양한 도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후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 보자면, Animal Well 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동기 및 많이 본 능력들 – 이단 점프, 공중 대시 등등 – 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플레이어가 얻게 되는 도구들은 독특한 이동 방식 및 지름길을 뚫을 수 있는 도구들이다. 예를 들자면, 게임 초반에 얻게 되는 거품 지팡이를 사용하면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거품을 만들 수 있는데, 이 거품에 올라탈 수 있어서 일종의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도구는 원반인데, 이를 던지면 벽에 부딪치면서 튕기기 때문에 두 개의 벽 사이에 던지면 무한으로 튕기는 걸 볼 수 있으며, 이 위에 올라타면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는 발판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장난감 같은 업그레이드 들이지만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에서는 보지 못했다는 특징 때문에, 직접 사용해 보면서 “과연 이 도구는 어떻게 사용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해 배우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전자의 경우, Animal Well 의 게임 속 세상은 생각보다 넓으면서 지름길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새로운 도구 / 업그레이드를 얻을 때마다 가볼 수 있는 길들이 늘어 난다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적인 특징이 잘 표현되어 있고, 게임 시작에는 “어떻게 저기로 가지?” 라는 생각이 드는 지역들을, 나중에 얻는 도구를 사용해서 도달하고 지도를 점점 밝혀 나가는 과정은 확실히 재미 있었다. 세상을 탐험하는 과정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전투 기반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며 얻는 도구들을 이용한 퍼즐들이다. 퍼즐의 경우 플랫포밍 및 도구를 이용한 타이밍 조절 퍼즐들이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역별로 등장하는 오브젝트 및 동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 진입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배경과 분위기를 감상하는 맛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를 해야 할 게, 이 게임은 “깊이” 가 상당히 있는 게임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게임 속 숨겨진 퍼즐 및 컨텐츠가 상당하며, 마치 양파를 벗기는 것처럼 게임 속 놓치기 쉬운 디테일들이 더 모호하고 깊이 있는 퍼즐들로 플레이어를 이끈다는 말이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이면서 적어 보자면, Animal Well 의 깊이는 총 4단계가 있고 이들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게임의 깊이를 감상할 수 있게 게임이 설계되어 있다. 첫 단계는 당연히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게임 속 숨겨진 달걀들을 모으고 이에 상응하는 엔딩을 보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숨겨진 토끼들이며, 이들은 앞의 달걀들에 비해 더 모호하게 게임 안 숨겨져 있어서 혼자서 모두 찾기에는 꽤 힘들다. 네 번째 단계는 게임의 “최종 엔딩” 과 비슷한 최종 단계로, 앞의 세 단계보다 더 난해하며 이를 해결한 사람들의 풀이를 보면 “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 낸 거지?” 라는 의문이 저절로 드는 단계이다. 다행이도, 만약 나처럼 캐주얼하게 게임을 즐기면서 업적 100% 만 따고 깔끔하게 게임을 끝낼 생각이라면, 비교적 난이도가 온순한 수준인 두 번째 단계까지만 완료하면 된다. 직접 게임을 하다 보면 개발자가 게임의 깊이를 생각해서 업적의 범위를 정했다는 게 느껴지는데, 세 번째 및 네 번째 단계의 경우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는 건 매우 힘들고 커뮤니티의 집단적 노력 및 상부상조를 기본으로 고려한 퍼즐들이 나오지만, 앞의 두 단계는 그 정도까지의 난이도를 보여 주지 않아서, 탐험 정신만 있다면 혼자서 깨는 게 아예 불가능한 난이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게임은 난이도 있는 퍼즐들을 해결하며 독특한 세상을 둘러보는 탐험 위주의 메트로배니아 겠구나.” 라는 게임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 전 다른 평가들을 읽어보고 이와 비슷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게임 속 세상의 넓이 및 생각보다 밀도가 높은 게임의 경로들은 인상적이었지만, 이들을 찾아내는 과정 및 게임 속 “퍼즐” 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게임의 시작에 독특한 도구들을 찾고 이를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건 흥미로웠지만, 점점 게임을 진행할수록 안 좋은 의미로 감탄이 나오는 수집품 숨겨놓기 및 이들을 찾기 위한 지루한 여정은 자연스레 게임의 시작에 느꼈던 탐험에 대한 열정을 갉아먹어 없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낀 피곤한 면들 및 왜 이 게임이 취향에 맞지 않았는지를 간단하게 적자면 다음과 같다 :

A. 스팀 태그는 퍼즐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플랫포머에 더 치우쳐져 있는 게임 양상

> Animal Well 이 광고로 내세우는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수수께끼” 이다. 수수께끼라는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찾는 과정이며, 게임을 나처럼 얕게 즐길 생각이라면 눈으로 대충 보았을 때 안 보이는 길을 개척하거나, 혹은 대놓고 “이건 퍼즐이다!!!” 라고 소리를 지르는 방에 들어가서 퍼즐을 풀어 나가는 일을 해내면 된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 풀이 및 퍼즐이라는 게, 난이도가 있는 퍼즐이 아니라 이를 풀 수 있는 도구만 모으면 대놓고 어떻게 하는지 답이 다 보이는 수준이다. 즉, 사실상 퍼즐이 아니라 관찰력 싸움에 더 가깝다. 이런 게임 양상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흔히 고난이도 퍼즐 게임이라고 적었을 때 떠오르는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이 게임에 대한 실망감을 가질 것이다. 오히려 이 게임은 어떤 도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고 있어도, 이를 직접 수행하는 데에서 묘하게 정밀 플랫포머의 향이 느껴진다. 이게 무슨 말이냐?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가 천장으로 가야 하는 구간이 있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거품 지팡이를 사용해서 발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건 바로 알 것이다. 하지만, 거품 지팡이를 조작하는 데서 불편함을 겪는다면, 난이도의 중심은 퍼즐을 푸는 게 아니라 플랫포머의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다. 실제로 거품 지팡이를 조작하는 게 매우 어려운 수준은 아닌데 – 키보드 기준, 거품을 생성하는 키와 방향키를 동시에 누르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안정적으로 거품을 이용해 승천을 하는 게 가능했다 – 이 불편한 조작을 게임의 결말까지 지속적으로 행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짜증을 받게 되었고, 게임 속에서 흥미로운 퍼즐을 풀고 있을 줄 알았더니 실제로는 사용하기 답답한 도구들을 저글링하면서 무슨 서커스 쇼를 하고 있으니 광대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 특히, 게임의 후반부로 갈수록 참신한 퍼즐 / 독특한 도구 사용처를 더 이상 게임 내 보여줄 수 없어서, 쉬운 퍼즐 풀이 방식에 제한 시간을 붙여 놓고, 2가지 이상의 도구를 사용하게 만드는 일종의 타임 어택 양식의 퍼즐들만 나오게 된다. 이러한 게임플레이 구간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구간에서 한 번 실패하면 그 동안 준비를 해 오며 쌓아온 선행 과정들이 모래탑처럼 우수수 무너지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한 번 실패한 뒤 다시 준비하느니 이전 세이브파일로 되돌려서 처음부터 퍼즐을 푸는 게 더 편한 구간들도 있었다.

> 플랫포밍 구간 실패에 대한 페널티가 은근히 큰 편이다. 밑에서 말할 “보스전” 들이야 뭐 보스전이라는 위상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물에 입수할 때는 체력이 닳지 않고 가시에 찔리거나 동물에게 물리면 체력 1칸이 닳는 부분들은 괜찮지만, 압사를 당하면 한번에 죽는 것 및 특정 구간에서 주인공이 스턴에 걸리면 조작이 막히고 체력을 강제적으로 낭비하게 되는 구간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화딱지가 났던 부분은 두 개 이상의 화면에 걸쳐서 행해야 하는 플랫포밍 구간들인데, 화면 전환이 매끄럽지 않고 아무런 전환 효과 없이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에 거품 지팡이를 잘못 사용하거나 밟아야 할 플랫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구간들이 매우 많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B. 메트로배니아의 중심이 백트래킹이기는 하지만, 이건 좀 …..

> 매트로배니아의 재미는 당연히 새로운 능력을 얻고 이전에 가 보지 못했던 길들을 여행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Animal Well 은 과거에는 가지 못했던 길들을 새로운 도구의 힘으로 뚫는 재미가 있다. 처음으로 거품 지팡이를 먹고 공중으로 무한히 갈 수 있게 되는 힘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느끼는 쾌감이나, 원반을 얻은 뒤 세로 방향으로 기동력이 늘어났다는 걸 알게 된 뒤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길을 뚫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그래서, 1회차 때 게임 속 세상을 탐험하는 데 집중을 한다면,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경험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의 피곤함이 느껴지는 순간은 2회차 때 (그리고 넓게 보자면 1회차의 마지막부터), 숨겨진 달걀을 모두 모으러 다닐 때이다. Animal Well 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상의 모든 구석을 둘러보는 걸 강요한다. 여기까지는 장르의 특징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만, 이 게임은 수수께끼를 숨겨놓는 걸 좋아하면서 이들을 찾는 과정 속 반복성과 불편함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먼저, 게임 속 빠른 이동 기능이 분명히 존재하긴 하나, 이를 이용해서 원하는 위치로 가는 과정이 편리하지 않으며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도 여전히 거품 지팡이로 피곤한 플랫포밍을 해서 원하는 위치로 가야 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게임 내 독특한 도구들을 준다는 특징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여기를 나중에 와 봐야 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는 지형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자면, 다른 게임에서 이단 점프를 주기 전 높은 절벽이 있다면, “여기는 나중에 오는 데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도에 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그런 지형을 눈으로 보고 짐작하기가 어려우며, 막상 도구를 얻어도 “이걸 여기 쓰는 데가 맞나?” 라고 헷갈리기 쉬운 도구들도 있었다. 세 번째로는, 찾기 쉬운 공간 및 퍼즐 뒤에 숨겨 놓은 달걀들도 많으나, 몇몇 달걀들은 “이거 야맹증 있었으면 못 찾았을 듯;;” 이라고 느낄 정도로 구석진 길에 숨겨 놓거나, 혹은 해답을 알아내는 과정이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은 곳에 배치되어 있는 달걀들도 있어서,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고 난 뒤 그 지역의 모든 달걀을 찾다가 한 두개씩 놓치는 일이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64개 중 45개 정도는 스스로 찾는 데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으나 이후 게임에 흥미를 잃어서 공략을 찾아보게 되었고, 약 10개 정도는 선발대의 힘이 없었다면 직접 찾을 수 없었을 정도의 난이도로 느껴졌다.

> 참고로, 이 게임은 달걀의 위치를 추려내는 데 도움이 주는 게임 속 기능 및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 즉, 초반 지역에서 달걀을 놓쳤다면 이 구간이 다시 기억날 때까지 뺑뺑이를 돌면서 모든 구석을 계속 뒤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 웃긴 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벽에 숨겨진 지식을 읽을 수 있는 UV 램프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사용하면 몇몇 달걀의 위치에 대한 힌트를 명확하게 알 수 있지만, 그 글귀가 적혀 있는 벽에 비춰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연하지만 글귀가 어디 있는지는 지도만 보면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게임 속 세상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모든 구석을 램프로 비추는 활동을 해야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분명히 게임을 진행하면 편의 기능 및 탐험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해금할 줄 알았는데, 도구를 해금할수록 게임 속 세상을 한 번 더 싹싹 긁어 모아 뺑뺑이를 돌아야 할 이유만 늘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C. 그 외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

> 게임 속 “보스전” 들이 존재하는데, 말이 보스전이지 실상을 기믹을 이용해서 특정 행동을 해야 하는 구간 및 추격 구간들이다. 그나마 전자의 경우 기믹을 알아내는 게 쉽고 시간을 질질 끌지 않았기에 큰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게임 내 추격 구간들의 경우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임의 초반에 만날 수 있는 유령의 경우 동선이 길면서 움직임이 불규칙하고, 빠른 이동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는 점이 불편하였다. 실제로도 이 추격전을 할 때까지 빠른 이동 기능을 알지 못해서 유튜브 공략을 참고하고 나서야 빠른 이동의 정체를 알게 될 정도로 이 능력을 놓치기 쉬운데, 추격 구간을 너무 역겹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엔딩에 나오는 추격전의 경우, 첫 번째 엔딩은 유령에 비교하면 누워서 떡 먹기 수준이지만, 두 번째 엔딩에 나오는 추격전의 경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시성이 뚜렷하지 않아서 온갖 뻘짓을 하다 공략을 보고 나서야 엔딩을 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추격전에서 오는 짜릿함과 묘한 공포감을 잘 구현하려 한 게임 설계가 보이지만, 공포 게임의 진행이 늘어지면 공포감은 싹 사라지고 짜증나는 게임이 된다는 사실은 잊어버렸나 보다.

> 스토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엔딩을 본 뒤 뿌듯함이나 연출에 대한 감탄은 느끼지 못하였다. 엔딩에 나오는 추격전도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그냥 공포스러운 생명체 하나를 구현하고 싶어서 넣은 걸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기에, 이에 대한 매우 큰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게임 속 컨텐츠 및 이들의 배치는 넓은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꽤 알찬 게임이다. 그러나, 두뇌를 자극하는 퍼즐 플랫포머 및 편안하게 탐험에 집중을 할 수 있는 메트로배니아를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실상은 피곤한 플랫포머를 하는 데에서 오는 감정 및 방향성 없는 무간지옥을 헤매는 기분만 느낀 게임이라, 불편한 콜렉터톤을 하는 경험에 더 가까워서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1회차 엔딩을 보는 데는 6시간이 걸렸고, 2회차 엔딩 및 업적 100%를 따는 데는 (앞의 시간을 포함해서) 13시간이 걸렸다. 플레이타임이 적은 편은 아닌데, 진득하게 게임을 즐길 생각이 없고 나처럼 대충 먹다가 말 생각이면 어느 정도 할인을 할 때 구매하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 중 “잠입” 의 경우 업적들 중 유일하게 놓칠 수 있는 업적이다. 이 업적을 쉽게 따는 법이 스팀 가이드에 올라와 있기는 한데, 나처럼 키보드로 게임을 한다면 캐릭터를 천천히 움직이는 게 매우 힘들기 때문에, 가이드에 써 있는 방법 중 조금 느린 방법인 거품 지팡이를 사용해서 업적을 따는 방법을 따라하는 걸 권장한다. 패드 유저라면 캐릭터를 천천히 움직이는 게 쉬워서 더 빠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12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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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hrs on record
인터넷의 구석에서 찾은 이상한 몬스터 수집 장르의 게임을 찾은 후, 이를 플레이하며 누군가가 숨기려 하던 어두운 진실에 대해 점점 알아가는 이야기.

Monstronomy 는 게임 속 주인공이 다크 웹을 뒤지다 찾게 된 생명체 수집 장르의 게임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게임이 왜 다른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파묻혀 있었는지 + 이 게임이 왜 출시가 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플레이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사실 게임 속 주인공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주인공에 대한 명확한 특징 및 플레이어와 구별하는 점들이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보면 플레이어와 동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게임을 실행하면 Monstronomy 의 시작 화면에서 켜지는 게 아니라 주인공 / 플레이어의 컴퓨터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호함이 느껴진다. 실제 게임 진행은 당연히 주인공의 컴퓨터가 아닌 Monstronomy 라는 게임 속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일반적인 생명체 수집 게임처럼 진행되는 것 같고, 전투 및 수집 메커니즘 또한 익숙하긴 하다. 그러나 게임 속 스토리 및 NPC 들의 행동이 기이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게임의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어두운 진실이 밝혀지는 게 게임의 주 진행 방향 및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사실 이러한 게임들, 즉 “겉으로는 밝아 보이는데 막상 포장지를 까 보니 치명적인 유해물이었다” 라는 특징을 지닌 게임들은 잊을만하면 계속 나오는 편이다. 심리적 공포 게임들에 이런 설정을 자주 사용하고, 이런 게임들을 자주 해 왔다면 특정 지점을 지난 후 느껴지는 “아 슬슬 분위기 반전될 거 같은데;;” 라는 직감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Monstronomy 는 사실 분위기의 반전이 게임 바로 시작에 일어난다. “이 게임은 어두운 게임입니다 !!!” 라는 걸, 유튜브 동영상에 달린 광고 수 마냥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보여주고, 실제로 게임의 세계관만 따져보면 밝은 게임은 전혀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 게임 속 스토리 및 전체적인 게임플레이는 만족스러웠는가? 아쉽게도 게임은 그리 재미있는 경험을 주지 못하였다. 이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특징들을 적어 보자면, 그리고 왜 이 게임에 비추천을 주었는지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A. 게임플레이

> 전체적인 게임플레이 방식은 가벼운 몬스터 수집 장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지역을 떠돌다 보면 풀숲에서 나오는 야생 몬스터를 잡을 수 있고, 몬스터가 경험치를 모으면 레벨이 오르며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고, 일정 레벨이 되면 새로운 형태로 진화를 한다. 각 몬스터 별 속성이 있으며 (불, 물, 전기 등등) 속성별로 사용하는 스킬이 다르며, 진화를 하면 새로운 속성이 붙는 경우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이중 속성을 지니게 된다. 여러모로 포켓몬 및 이와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해 봤다면 적응하기 매우 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메커니즘 면에서 같은 장르의 게임과 차별점을 두려고 한 점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사실 이 점이 생각보다 큰 단점은 아닌데, 어짜피 이런 장르를 하다 보면 복잡한 전투를 바라는 사람보다는 독특한 몬스터 및 탐험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전투 면에서는 많이 빈약하고 이 게임만의 독특한 전투 메커니즘이 있다고 말할 수 없기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턴제 전투를 기대했다면 실망을 하겠지만, 이 게임의 몬스터 디자인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귀여운 디자인들도 몇몇 있지만 기괴해 보이는 디자인들도 들어가 있었으며, 기이해 보이는 몬스터들도 게임의 어두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게임 속 속성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이나 물 같은 속성들도 존재하지만 “혼돈” 또는 “총” 과 같이 처음 보면 이게 뭔가 싶은 속성들도 존재한다. 다른 게임에서 보지 못한 자신만의 속성들을 추가하는 건 신선했지만, 게임 속 어떤 속성이 특정 속성에 대해 유리하거나 불리한지 직관적으로 알기 힘든 부분들도 있어서 귀찮은 점들도 있었다. 그나마 스팀 가이드에 속성 상성표를 올려놓은 사람이 있어서, 이 표를 참고하면 전투를 좀 더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전투의 속도는 느릿느릿한 편이다. 전투 애니메이션이 길어서 그런 게 아니라 – 게임 속 전투 및 스킬 애니메이션은 딱히 없고, 그냥 고전 포켓몬처럼 몬스터가 좌우로 살짝 움직이며 공격했다는 걸 나타내는 데서 그친다 – 공격을 할 때마다 나오는 대사창 및 전투가 끝나고 나오는 상태창이 뜨는 과정이 답답해서이다. 전자의 경우, 공격을 할 때마다 대사창이 나오고 >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 결과가 나오는데, 물론 다른 몬스터 수집 게임들도 이렇게 전투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묘하게 텍스트가 뜨는 속도가 느리게 느껴졌다. 전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는 과정은 더 가관인데, 파티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 경험치를 먹었다는 텍스트 창이 하나씩 뜨면서 – 그러니까, 파티에 6마리의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고 전투가 끝나면 총 6개의 (스킵할 수 없는) 텍스트 창이 순서대로 뜬다는 것이다 – 한국인들이라면 몸에 사리가 생길 듯한 정보 전달 속도를 보여준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결과창도 레벨 당 하나씩 뜨기 때문에 만약 저렙 몬스터를 고렙 싸움에서 곁다리로 파티에 넣어 두어 경험치를 빨게 했다면 더더욱 사리가 많이 생길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 속 컨텐츠는 많은 편이 아닌데도, 전투를 통해 소비되는 시간이 길어서 게임을 할 때 지루함이 많이 느껴졌다. 오죽하면, 원래 몬스터 수집가 게임을 할 때 야생 몬스터가 안 나오게 하는 아이템을 안 쓰면서 하는 편인데도, 이 게임에서는 그런 아이템을 쓰고 싶었는데 게임을 진행하며 발견을 못 하였기 때문에 “제발 몬스터 안 마주치게 해줘!!” 라고 빌면서 게임 후반부를 진행하였다.

> 메인 스토리 컨텐츠는 게임을 진행하며 다른 NPC 들과 전투를 진행하고, 던전을 탐험하며 필요한 퀘스트 아이템을 찾는 등등, 직관적이고 무난한 진행을 보여준다. 진행 자체는 지루한 퍼즐들의 연속이긴 하지만 + 던전 내 백트래킹이 귀찮고 영양가 없는 탐험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부조리하거나 역겹다고 생각된 구간들은 없었기에 “그래, 이 정도면 할만하지” 라는 마음을 크게 느꼈다. 엔딩 이후 컨텐츠 및 부가적인 컨텐츠도 무난한 컨텐츠 – 엘리트 NPC 들과 이기기, 부가적인 던전 탐험, “전설 몬스터” (이 게임에서는 Abomination 이라 부르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발견할 수 없고, 특정 장소에 비밀번호를 올바르게 입력하거나 부가 던전의 마지막에 있는 등 메인 스토리 밖의 장소에서만 찾을 수 있다) 포획 등등 – 이다. 그런데 부가적인 컨텐츠를 진행하는 게 메인 컨텐츠보다 더 귀찮게 느껴지고, 막상 이 끝의 보상들도 그닥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부가 컨텐츠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생명체 수집가 장르의 게임들에 나오는 부가 컨텐츠” 인데, 이 게임이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 차별점을 두는 부분은 스토리 부분이 크기 때문에 + 그렇다고 부가적인 컨텐츠의 난이도가 쉽거나 재미있지도 않기 때문에, 게임의 마지막까지 탐험하는 과정이 그리 편안하지 않았다. 엘리트 NPC 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엘리트 4 ~ 5 명이 아니라 무려 14명 연속 전투여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며, 특정 전설 몬스터는 ARG를 풀어야 얻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완전 잘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혼자서 도대체 어떻게 푸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공식 디스코드에 들어가서 해답을 찾아야 했는데,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 ARG 를 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을 해 보면, 그리고 그 와중에 “이게 잘 만들어진 ARG 인가?” 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인 퍼즐들을 풀어야 할 때를 생각해 보면, 애매하게 풀기 힘든 퍼즐을 만드느니 그냥 간단한 퍼즐을 만드는 게 괜찮다는 걸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B. 스토리

> 맨 위의 문단에서 적었지만, Monstronomy 는 밝은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고 스타팅 몬스터를 고르자마자 주인공이 살고 있는 마을의 사람들이 – 심지어 주인공의 어머니까지 – 모두 살해당하고, 이후 나오는 적대적인 세력인 광신도들이 게임 속에서 행하는 일들은 굉장히 비인도적이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며 나오는 어두운 면들은 단순히 게임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특이한 비디오들을 볼 수 있는데, 진짜 사람이 나오면서 이 게임이 어떻게 “현실 세계” (게임 속의 세계관에서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와 이어지는지 보여주고, 비디오들과 게임 내 스토리 전개를 통해 풀리는 정보들을 읽어 보면 왜 이 게임이 다크 웹에 업로드가 되었는지 + 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보여 주려고 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스토리 자체를 이해하는 건 굉장히 편하다. 이야기를 배배 꼬아 놓지 않고, 그냥 대사로 다 풀어주기 때문에 지문을 읽는 능력만 있다면 무슨 내용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게임의 스토리를 명작으로 치부할 수 없듯이, Monstronomy 의 스토리는 너무 공허하고 진부하였다. 어두운 소재를 사용하기는 하나 이를 보여주는 양식은 얕았으며, 같은 소재를 쓴 다른 게임들에 비해 소재를 너무 두리뭉술하게 다루고 “이 게임 내 스토리의 차별점 및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이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내기 어렵다. 위에서 말한, 게임 속 나오는 비디오들의 경우 개발자들이 직접 어느 외딴 곳에서 찍은 듯한 어색함 및 아마추어 같은 면들이 보여서 감상하는 과정이 그닥 흥미롭지 않으며 – 물론, 소규모 집단의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라 이에 대해 크게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 비디오 내 등장하는 과한 화면 전환 및 너무 노골적인 텍스트 내용으로 인해 스토리의 진부함을 빠르게 느끼게 되었다. 스토리에 대한 다른 불만 두 가지를 적자면, 첫 번째 불만은 맨 위의 문단에서 적었듯이 게임이 지속적으로 스토리의 어두운 면을 광고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게임을 진행할수록 오히려 감정이 무뎌지면서 “아 그렇구나 …. “ 라는 무감각으로 감정들이 귀결된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불만은 애매한 결말인데, 스토리를 잘 마무리 지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애매하게 끝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이다. 멀티 엔딩을 지원하고 두 엔딩의 방향성이 스토리 면에서 극명하게 다른데도,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두 엔딩 모두 그냥 그저 그런 마무리를 보여주고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주지 않는다. 뭔가 각 결말의 연장선을 좀 더 보여 주어서, 특정 노선을 택한 것에 대한 후일담을 더 잘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전체적인 컨셉 및 몬스터들의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으나, 실제 게임플레이는 지루하였고 게임의 스토리 또한 이러한 게임플레이를 덮을 만큼 흥미롭지 않았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낀 감정을 피곤함밖에 남지 않아서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18시간이 찍혔는데, 이는 게임 속 모든 진화 형태 + 모든 업적을 얻기 위해 시간이 길어진 것이라, 만약 엔딩만 볼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플레이타임이 덜 걸릴 것이다. 정가로 사기에는 좀 애매하고, 만약 직접 플레이할 생각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할인을 할 때 구매하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게임 속 부가적 컨텐츠를 거의 모두 완료해야 하며, 몇몇 컨텐츠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스팀 가이드에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올린 가이드가 있어서, 이를 참고하면 업적 100% 를 (이 평가를 쓰고 있는 사람보다는) 수월하게 딸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엔딩을 보고 나서 “이전 분기점으로 돌아가는 기능” 같은 걸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엔딩을 나누는 분기점이 나올 거 같으면 꼭 !!!! 세이브를 해 두고, 엔딩을 본 이후에는 다른 공간에다 세이브를 해서, 실수로 다른 엔딩을 볼 기회를 걷어 차버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자.
Posted 9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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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접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그리고 이를 이용해 자신이 사는 작은 마을 밖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Paper Trail 은 게임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종이로 이루어진 듯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여 주고 있으며, 주인공의 이름도 “페이지” 로 설정을 해 두어서 게임의 세계관에 대한 농담을 담고 있다. 스토리의 서론을 간략하게 적어 보자면, 페이지는 공부를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만, 부모님은 페이지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절대로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부모님 몰래 집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능력을 통해 자신의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대학으로 가려고 하는 게 게임의 주요 스토리이다. 사실 스토리가 주 핵심인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의 내용은 그닥 깊이가 있지 않다. 페이지가 이곳저곳 탐험하며 각 지역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스치듯이 만나며 소소하게 도움을 받는 게 주 내용이고, 이 과정에서 페이지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 – 왜 부모님이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접는 능력을 얻었는지 – 에 대한 이야기도 풀린다. 솔직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완전히 잘 풀렸다고 적기에는 몇몇 애매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의 전개 및 마무리는 깔끔하며, 엔딩의 경우도 훈훈하고 이를 보여주는 연출이 괜찮았기 때문에, 스토리 면에서 크게 아쉬웠던 점은 없었다. 엔딩 이외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과정의 경우,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페이지의 나레이션 + 일러스트와 함께 스토리를 풀어 주는데, 일러스트가 단순히 감상하는 컷씬이 아니라, 종이를 접어 가면서 일러스트가 변화하는 걸 능동적으로 플레이어가 볼 수 있다는 점이 시각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에 대한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실제 퍼즐 게임의 면모는 어떨까? 위에서 적었듯이, 주인공은 세상을 상하좌우로 돌아다니면서, 세상을 접고 다닐 수 있다. 종이의 귀퉁이 및 모서리를 접을 수 있기에 정사각형의 종이를 기준으로 총 8가지의 접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며, 이렇게 세상을 접으면 주인공이 밟고 있는 세상 뒤의 면을 앞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풀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퍼즐은, 눈 앞에 빈틈이 있는 공간이 보이면, 종이 세상 뒤에 바닥에 존재한다는 걸 보고, 세상을 접어서 뒷면의 바닥을 앞으로 보이게 만들어, 빈틈을 메꾸는 방식으로 길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세상을 접는 데 있어서 간단한 제약이 걸려 있는데, 주인공이 존재하는 타일이 세상을 접을 때 가려질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종이를 접을 때 주인공이 서 있는 곳 까지만 접을 수 있고 이를 넘어 접으려 하면 물리적으로 게임이 막는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종이를 접는다는 조작이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게임의 초반에 종이의 뒤편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퍼즐의 방향성 – 즉, 각 퍼즐별로 “무엇이 최종 목표인가?” 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지 – 가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에, 난해한 퍼즐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메커니즘이 나오고 – 움직이는 발판, 모양이 독특한 종이 세상, 거울 등등 – 새로운 세상으로 진행할 때마다 새로운 메커니즘이 나오기 때문에, 퍼즐에 흥미가 떨어지려고 할 때 자극을 넣어 주어서, 게임의 마지막까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이도의 경우 쉬운 편에 속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쉬움과 중간 사이에 속하는 난이도라고 생각하는데, 몇몇 퍼즐들의 경우 무엇을 해야 할지 바로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서 뻘짓을 한 순간들이 있었으나, 그래도 하나의 퍼즐에 오래 막힌 적은 없었고, 분량의 경우도 그리 길지 않아서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엔딩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 경험을 적자면, 게임 업적 중 “4시간 안에 클리어” 및 “힌트 없이 게임 클리어” 가 있는데, 수집품에 집중하지 않고 단순히 게임 클리어에만 신경을 쓰니 힌트 없이 3시간 안에 엔딩을 봐서 두 업적 모두 딸 수 있었다. 수집품의 경우 각 지역별로 “종이접기” 를 찾을 수 있는데, 일종의 종이배 모양으로 게임 곳곳에 존재한다. 단순하게 퍼즐을 푸는 것 만으로는 수집품을 먹을 수 없고, 추가적인 과정 – 대부분 다음 지역으로 진행하기 전에, 종이를 부가적으로 더 접어서 종이접기에 닿는 길을 만드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 를 통해 모을 수 있다. 종이접기를 모으는 게 매우 어렵지는 않고, 굳이 귀찮은 점을 뽑자면 레벨 별 퍼즐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나처럼 대부분의 종이접기를 안 모으고 1회차를 완료했다면, 2회차를 거의 게임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 추가적인 수집품의 난이도가 어려웠으면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으나, 게임 내 적절한 조미료 역할을 담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느낄 만큼 괴랄한 컨텐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적당히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괜찮은 퍼즐 메커니즘과 캐주얼한 난이도가 합쳐져서, 뇌를 적당히 자극하면서 비교적 편안한 퍼즐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알맞은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위에서 적었듯이 1회차는 3시간이 걸렸지만, 수집품을 모으느라 2회차를 거쳤기 때문에 플레이타임이 더 늘어났다. 게임을 빠듯하게 하면 1회차 때 모든 업적을 딸 수 있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2회차를 할 생각으로 느긋하게 게임에 빠져드는 걸 권장한다.

여담) 게임 속 힌트 기능의 경우 종이를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알려주며, 순차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참고로 게임을 시작하면 튜토리얼에서 힌트를 어떻게 보는지 알려주며 힌트 버튼을 눌러야 진행할 수 있는데, 힌트 버튼을 누르고 취소를 누르면 (즉, 힌트를 직접적으로 보지 않으면) “힌트 없이 게임 클리어” 업적을 방해하지 않는다.
Posted 6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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