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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昏酒場 ~ Uwabami Breakers [黃昏酒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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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anuar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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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낙원.

황혼주점은 저 그룹 프로필 사진을 말하는게 아니다!

Originally posted by 가가미:
시간감각이 흐려져 가고 있었다. 분명 술때문은 아니다. 뒤에서 시계장난을 치고 있는 사쿠야가 있지는 않은지 뒤를 살짝 돌아 보았다.

'소나기.'
소나기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운듯 조용한 이자카야와는 다른 모습이였다. 나도 이자카야라는 곳에 발을 들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에는 음악활동에 전념해 술이랑은 거리가 먼 생활을 했었고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서클활동을 시작해서 이자카야같은 곳을 갈기회가 없었다. 3학년때는 정말 괴로웠다. 밀린 학점을 때우기위한 재수강이 계속 되었다. 아마 이때 술을 처음 마셨을 것으로 추정한다. 4학년 때에는 다른 의미로 괴로웠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점점 현실과 맞닿는 나의 경계[boder line]이 충돌하여 생기는 마찰열 같은 것이 나를 점점더 죄여 오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까지는 부모의 경계가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고 하면 대학교 1,2학년때에는 갓 독립한 작은 나의 경계가 별탈없이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고 하면 될것 이다. 하지만 3,4학년이 되고 공부, 학점의 벽에 붙이치기 시작하더니 결국 나의 경계는 세상과 완전히 곂쳐져,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나를 점령 해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내안에 남아 있는 경계는 하나 더 있지.'
그렇다. 세상이 지배할 수 없는 영역. 아니 세상이 존재 하지 않는 나의 영역이 있었다. 그곳에는 나의 자아도 포함될 수 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그 마저도 셀러리맨에게 먹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남은것은 환상향 뿐이다. 세상과 단절된 환상, 나의 상상력을 펼치고 내가 지배하는 그런 세상. 그게 환상향이 였다. 환상향에서 나의 존재는 아티스트, 창조자였다. 나는 그들이 가진 원래 음악에 신의 축복(어레인지)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어레인지된 나의 환상향에서 인간, 요괴, 요정은 기뻐했다.

그것 만큼은 누구도 침범 할 수 없는 유카리의 사중 결계 처럼 단단한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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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불행이 닥칠 때가 온다
한국과 일본은 30분의 시차가 있다
Originally posted by 가가미:
조금 추운 겨울날이다. 나는 이렇게 추운 겨울을 이십 몇 번이나 보낸 건장한 청년이지만, 입을 불면 하얀 수증기가 나오는 이 겨울날을 몹시 싫어한다. 동경에서의 나날은 시골보다야 춥지 않지만, 추위라는 것이 자신의 몸 상태와의 상대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항상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장 안쪽에 붙여놓은 1회용 손 난로가 따뜻했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부리나케 자취집으로 돌아가 코타츠(일본 특유의 전기 난방기구)를 켜고 텔레비전을 보며 코미디프로를 켜고 한껏 웃으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잠이 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1회용 난로의 온기가 남아 있는 동안이라도, 좀 더 거리를 활보하며 세상의 눈보라와 싸우며 자신을 냉수마찰 하듯 좀 더 고집스럽게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도착한 곳은 이자카야(밤에 영업하는 주점)- 황혼주점 – 이었다. 사실 무의식이라고 하기엔 과한 것 같고, 이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맑은 날의 깊은 암흑의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뇌의 과도한 연산으로 인한 열을 식혀줄 냉각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부와 맞닿은 차가운 공기로 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 안에서 뜨거워진 열이기 때문에 몸 안에서부터 차가워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답은 맥주였다.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술주정뱅이의 떠드는 소리는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지금이 딱 술주정뱅이들이 들 떠 있을 시간이다. 나는 손목시계를 잠깐 바라봤다.



10시 14분



조금 이른 시간이다. 누구나 아는 과학적 상식이지만, 지구는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4계절이 존재하고 그 4계절에 따라서 절기가 존재하고 그 절기는 낮과 밤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같이 일찍 해가 저물고 늦게 해가 뜨는 날은 날씨가 춥고 쌀쌀한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물론 내가 해가 지는 시각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이 세상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가질 생체시계로 짐작해본 결과 오늘 해는 4시 45분경에 졌을 것이라 추측한다. 아니 뭐 그렇다는 거다. 그렇기에 해가 떨어진 지 대략 5시간 정도 흘렀고 그때 동안은 전부 밤이었던 것이다.

퇴근시간은 항상 똑같다. 학교가 마치는 시간도 항상 일정하다. 하지만, 하늘은 다르다. 매일매일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주기적으로 돌아온다고 할 지라도, 매일매일이 변화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열차 시간표 등의 딱딱한 틀로 예상할 수 없는 변수를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비해, 천둥 번개 소나기 우박과 같이, 자연은 놀랄 만큼 자연스럽게 변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톱니바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기계처럼 우리 인생이 놀랄 만큼 정형화 되어 있었다면, 정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재미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같은 골목길, 등굣길, 출근길을 지나는 일 만큼 편한 일은 없지만, 그거만큼 지루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빠른 길을 택하지 않고, 오챠노미즈[御茶ノ水駅] 역쪽으로 향했던 것이다.



사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신비로운 것이어서 대학교 때 살짝 배운 지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사람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무수히 많이 얽혀있는데 그 개수는 수십억에 달한다고 한다. 하나의 세포는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세포랑 연결되어 있는데, 어느 세포에 한번 신호가 떨어지면, 세포는 그 신호에 따라 고유의 반응을 다음의 세포에 전달하며 그 전달의 과정 자체가 일종의 기억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반응의 일련의 과정을 기억하는 하나의 세포에 저장함으로써 기억이 종결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억을 복구하는 것은 그 하나의 세포에서 단 하나의 키워드만 뽑아내기만 하면, 그 신호를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 할 수 는 있다. 하지만, 그 신호의 전달과정을 기억한 세포를 잃어버리는 일은 매우 간단해서 재차 반복해서 신호의 전달과정을 기억한 세포를 만들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진 기억 중 하나는 이곳에서의 좋은 추억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대하고 다시 한번 술주정뱅이의 도시에 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맞은편, 식당 안에서 보이는 낯이 익은 황혼주점의 점장. 그런데 인사한 것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아르바이트 생을 새로 고용했나?’

평생 혼자서 영업하겠다고 말했던 점장의 말을 떠올리며,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을 봤다. 흠, 점장과 닮은 점이라곤 하나도 없다. 평범한 아르바이트 생. 최근 매출이 올라서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해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것인지. 의아해 했지만, 더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어이, 카가미. 오래간만이군.”

내가 여기 오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 여기만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 가게 안쪽 4인용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어, 카가미. 안녕?”

그 소리를 들었는지, 부엌 안에서 점장이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오오타상, 안녕하세요.”

나는 조금 놀랐다. 언제나 혼자 부엌 쪽에 붙어있는 카운터 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테이블 석에 앉아 낯선 사람과 같이 앉아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낯선 사람은 정장차림에, 주변사람과는 조금 다른 풍채가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로 28정도 되어 보였다. 오오타 준야가 인사하자, 그 사람도 일어서서는 내 쪽을 바라보며 허리 굽혀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살짝 어조가 다른 인사말, 하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나도 허리 굽혀 다시 인사 했다.



“여기 와서 앉게, 마침 주문하려는 참이니까.”

준야는 싱긋 웃으며 내 쪽을 바라봤다. 평상시라면 거리낌없이 앉았겠지만, 뭔가 부담이 가는 자리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겠니 하며 그 자리에 앉았다.



“이쪽은 한국에서 온 게임 개발자, 나…… 뭐였지?”

준야는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정장의 남성을 바라봤다.



“아, 제 이름은 나경민이라 합니다.”

이제야 위화감이 사라졌다. 아까 전까지 느껴졌던, 이상한 위화감의 정체는 외국인에게서 오는 이질감이었다. 많은 일본의 샐러리맨은 저렇게 까지 머리를 짧게 깎는 스타일은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더군다나, 어색한 성조는 뭐랄까 평범한 사람이 아닌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게 외국인이기 때문이라면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된다. 하지만, 옷차림에서 보듯 이 사람은 꽤 높은 직장에서 일하는 간부고, 준야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내 확실한 직감으로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나경민이라 하는군,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게임개발을 맡고 있는데 나한테 자문을 얻고 싶다는군.”

준야는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준야는 일본에서 유명하다면 유명할지도 모르지만, 한국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유명하다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준야가 만들고 있는 게임의 특징도 특징이지만, 상업화된 콘텐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놀랐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편은 아니다. 주류 비디오게임의 제작사를 놔두고 혼자서 슈팅게임을 만든 준야를 찾아온 것도 신기했다.



“아, 저는 준야의….”

생각해보니, 나는 오오타 준야랑 친구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사업에 관해서 이야기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내가 껴도 되는 지 잠깐 생각했다. 결과는 나랑은 전혀 관계없음이었다. 아무래도 이 자리는 내가 있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친구입니다.”

라고 대신 이야기해준 것은 오오타 준야 자신이었다.



“아, 그렇군요. 부담 갖지 마세요. 그저, 여행이야기나 간단한 가벼운 이야기를 할 생각이거든요.”

일본어는 일본어인데,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대충 이해는 된다. 짐작컨데, 거창한 사업이야기를 이런 누추한 이자카야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누추하다고 말하면 저기 보이는 점장이 화내겠지만, 충분히 누추하다.



“집에서, 게임 좀 하다가 이야기도 하다가 출출해져서 좋은 술집도 소개해줄 겸, 온 거니까.”

준야의 부연설명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그렇습니다, 오늘 도착해서 여행도 할 겸,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준야님을 뵈러 온 것입니다.”

나경민씨는 그렇게 말했다. 성씨 말고 이름 쪽에 님을 붙이는 것은 실례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이것도 다른 문화의 하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일본어 잘하시네요.”

그래도 이말 한마디는 꼭 하고 싶었다. TV에 나오는 많은 외국인의 발음보다 훨씬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이 정도면 일본 어느 구석에 던져놔도 제 할말 하면서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나는 그 정도까지 한국어를 할 자신이 없기도 했다. 물론 배우지도 않았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다, 잘하긴 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어제, 나리타 공항에 와서, 동경에 가서, 아키하바라쪽에 갔다 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곳이에요. 이렇게나 전철이 많은 곳은 처음입니다. 또, 그렇게나 많이 게임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간단한 일본어로 이어지지만 완벽한 문장이다. 분명, 3년 정도는 배웠을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듣기로 했다.



“교통방향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고, 그래도 비슷한 것도 많네요. 딱히 시간대가 다른 것도 아니고.”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같은 시간대를 쓰는 나라다. 한국의 정보라면, 뉴스를 통해서 얻는 것이 전부지만, 별로 다를 건 없다고 나도 생각해왔다.



“그리고 동방프로젝트를 좋아해서, 동인샵에도 갔다 왔습니다.”



아니? 아키하바라라는 지명이 나올 때부터 머릿속에서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곳에 가면 동인샵이 있다. 일본에서도 평가가 극도로 엇갈리는 오타쿠들의 영역이다. 외국인이 그곳의 동인샵에 갔다니, 내심 조국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일본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주력 수출상품으로 쓰고 있고, 내수 시장도 활성 시켜 주고 있기에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각종 부끄러운 일러스트를 접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안하다.



“몇 개 사왔습니다. 여기 이상한환상향. 정말 잘 만든 게임이더군요.”

아. 이 게임. 직장인이라서 할 수는 없었지만, 동방프로젝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 정도는 알 정도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나경민씨는 그 게임CD케이스를 보여주더니 좋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 이거. 조금 어렵던데. 고생 좀 할 거야. 하하.”

준야는 살짝 이상한 웃음을 짓더니 한국인에게 말했다. 뭐 나도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게임은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하루가 빨리 끝나는 것 같네요. 어제 밤에 거리를 돌아다녀 봤는데 문을 연 상점이 보이질 않습니다.”

나경민씨는 궁금하다는 듯 준야에게 물었다.



“몇 시쯤이었는데?”

준야가 되물었다.



“그게 아마 12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12시쯤이면 가게들이 문을 닫고도 남을 시간이야. 10시만 되도 문을 닫는다고.”

준야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한번 내쉬었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 섰다.



“아마, 이건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시차라고 할 수 있겠지.”

나는 같은 시간대를 쓰고 있는 두 나라가 어떻게 시차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매우 의아했다. 시차라는 것은 보통 멀리 외국여행을 갈 때 발생하고, 수면장애라든지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시차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왔는데, 왜 한국과 일본에 시차가 발생한다는 거지?



이런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시계를 다시 한번 봤다.



10시 45분



시계를 보고나니, 꽤 오랜 시간 이야기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직, 물이 담긴 컵이 3개밖에 없는 테이블. 이야기한지 한창이지나서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는 아르바이트생. 주문은 이미 한걸까? 잠깐 점장쪽을 살펴봤다. 카운터에 서서 이쪽을 나지막이 바라보고 있다. 음식을 주문했다면, 이미 나왔어야 정상이다. 점장과 눈이 마주치자, 점장은 싱긋 웃어 보이더니 뒤돌아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준야에게 아까 전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질문을 날렸다.



“오오타상, 그 미묘한 시차라는 게 뭡니까?”



“흠, 그게 말이지. 내가 전에 한국에 여행한 적이 있는데 말이야. 거기에는 택시의 심야할증시간이12시 정각이더라고, 밤 12시가되도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아침은 8시가 되야 사람들이 거리도 나오더군. 학교 등교시간도 일본보다 늦고, 퇴근시간도 늦지. 그게 적으면 30분, 많으면 1시간까지 차이 나더란 말이지.”

듣고있던 나경민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그게 사람의 생체시계에 따른 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그런 시차가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어디 사람이란 게 딱히 다른 것도 아니고 똑같지. 그럼 그 생체시계의 보정이란 건 무엇이 나면……”

나경민씨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아마, 어려운 한자어들이 들리지 않아서 겠지.



“사람은 누구나 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 그게 자연적인 건데. 런던의 시간을 기준점으로 둬버리면, 런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던 사람들은 갑자기 12시에 일어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거지. 그걸 막기 위해 태평양에 날자 구분선을 두고, 각각의 대륙과 나라에 맞게 시간을 재편성할 수 있도록 자유를 둔 게 현재의 시간대라는 거지. 사실 국제적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체계를 관리하고자 했다면, 하나의 통일시간을 두는 게 편리했겠지, 그랬으면 전세계적인 동시(同時)라는 개념이 생길 것이고 일일이 시간을 더하고 빼는 번거로움은 없었을 테니까.”



준야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인류가 편리를 위해 만든 것도 있지만, 편리에 반대되는 번거로운 시스템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도량형()이 한국과 일본의 도량형과 다른 것처럼, 나라마다 통일되지 못한 것들이 바다처럼 넘쳐난다. 그나마 국제 표준형 등으로 규격화 해나가기 시작한 것도 근대에 이르러서다. 그런데도, 지역에 따라서는 그 기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에서는 다다미의 1장크기가 집의 크기의 기준이 되는 것처럼. 준야가 이후 말할 내용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준야와 오랫동안 이야기해왔고, 준야가 좋아하는 이야기전개방식을 아는 나로서는 다음이야기는 이것이었다.



“각 나라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지. 사람이 일어나는 것은 하루의 시작이었고, 그것은 6시근처가 아니면 안됐거든. 가령 여행하는 사람이 평소에 6시에 일어나던 사람이었다고 치면, 다른 곳에 가서도 6시에 일어나고 싶을 거야. 그리고 그 시각을 해가 뜨는 시간으로 정의했던 것이 결정적이 이유지. 그게 왜 한국과 일본의 시간차이로 이어지는가라는 것은 일본이 한국보다 30분정도 해가 일찍 뜨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80%는 예측했던 내용. 하지만, 나의 사고도 한국과 일본의 시차의 원인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아주 오래전에 일본천황은 중국의 황제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해뜨는 천자가 해지는 천자에게.’

그때 이 말을 들은 중국의 황제는 노발대발을 했다고 했지만, 딱히 반박할 구실도 없었다고 했다. 사실이니까.



“즉, 한국의 기상시간과 일본의 기상시간의 차이가 양국의 시간개념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일본은 한국보다 가게가 일찍 닫는 것이지.”



“과연.”

나는 마지막으로 맞장구를 쳐줬다. 그것이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좋고, 나도 재미있었기에 하는 즐거움의 표시였다.


“그리고 환상향에도 각 작품을 존중하는 시간대가 존재하지.”

준야가 자신의 맨트를 꺼내기 시작할 바로 그때.



“탁!”

묵직한 타격음이 테이블을 강타했다. 그리고,



“손님, 주문하신 생맥주 3잔, 그리고 카라아게(통닭)입니다.”

라고 말하고는, 점장은 테이블에 컵을 차례차례 올려놓기 시작했다.



“어이, 준야. 손님으로 왔으면, 주문을 해야지 이쪽도 장사가 되지. 온지 40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안 시키면 어쩌자는 거야! 너는 네 작품의 시간대만 소중하냐? 우리 가게의 매출시간대도 소중하니까, 사양 말고 빨리 먹어!”



화가 나있는 어투로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놀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화내용도 다 캐치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아르바이트 생이 이쪽테이블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아마 그건 점장이 이쪽테이블에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해 뒀던 것이겠지. 아르바이트 생이 손님 왔는데 주문도 안받고 있다는 것은 애초에 이상한 일이니까.



“얼레,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주문 안 했네. 그건 그렇고, 그걸 알았으면 손님이 시장하다는 것을 알 텐데, 뭐 하러 알바를 구해 둔거야? 서비스도 엉망이구먼, 주문을 받으러 와야지 주문을! ”



역시 준야도 만만치 않은 반격이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황혼주점의 점장과 오오타 준야는 말싸움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의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경민씨의 표정이 몹시 굳어졌다. 오죽이나 사실 같았으면, 나경민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 둘을 보고 있었다. 나도 처음 봤을 땐 이 두 사람 정말 싸우지는 않을까 했지만, 이건 그들의 평범한 우정표현이다. 몇 번의 시선의 교차 끝에 나경민씨는 나랑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나 나는 한쪽 눈을 깜빡임으로써 지금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몇 번 더 두리번거리더니 같은 제스처로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여기가 무슨 맥도날드같은 카페인줄 아나보네,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거면, 밖에서 탄산음료나 마시고 오지?”

그러면서 거품이 타고 넘치는 맥주를 준야 앞에 갖다 놓는다.



사람의 의사소통이란 정말 신기하고도 매력적이다. 서로의 눈꺼풀의 움직임으로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했다.



“꿀꺽.”

그때였을까, 이 목넘김의 소리. 준야쪽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맥주를 보면 남자들은 이런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것은 졌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쪽도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맥주를 통해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나 보다.



“알았어, 참나. 조금 이야기 한 것 가지고.”

그러면서 준야는 점장이 건넨 맥주를 한잔씩 한잔씩 나와 한국인에게 건네 주었다.



“어디한번 나도 껴볼까? 먼데서 귀하신 손님이 온 것 같은데, 한턱 쏴야겠지?”

라며 점장이 한국인 나경민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으셔도 하하.”

나경민씨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이걸 전부 혼자 사겠다는 거야? 그렇겐 안되지. 안 그런가 빚쟁이 준야.”

또 시작됬다. 이곳에서 준야의 약점은 단하나, 이 술집에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준야가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 곤란하다기보다. 그저 귀찮아서 술값을 안 낸 거겠지만, 술값을 안냈다고 눈앞에 있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고문과도 같은 것이다.



“그 빚쟁이라는 단어는 뺐으면 하는데, 국가적인 이미지를 위해서도.”

준야는 이렇게 말하고도 어처구니 없었던지, 껄껄 웃어댔다.



“그래, 어디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시게, 빈곤한 신주님.”

점장은 살짝 비아냥거리며, 마지막 네 번째 자리에 앉았다.



‘이제 시작인 것일까? 황혼주점의 밤은……’

라며 생각하며 다시한번 시간을 봤다.



11시 00분



11시 술주정뱅이들의 슈팅게임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이제부터 피 튀기는 탄막전이 될 것이다. 황혼주점은 이렇게 이야기가 탄막이 되어 서로를 겨누고 그것을 절묘하게 회피하고, 아름다운 곡선과 직선과 도형을 그리며 전개되고, 결정적인 때에는 스펠로 화려하게 테이블을 장식하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선 술이라는 잔기가 필요하다.



‘피슝.’

아니, 방금 피탄소리가 들렸는데? 물론 환청일 게 분명하다. 가끔 나도 나의 생각에 한없이 몰두하다 보면 이런 환상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확실한 건, 준야가 스펠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고 플레이어들은 이를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뭐, 동방프로젝트에 대해선 다들 알 테고,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좋구만, 아 점장은 조금 그런가?”

준야는 점장 쪽을 살짝 돌아보며 말했다. 점장은 지긋이 나이 먹은 50세중반의 아저씨이다. 물론 동방슈팅게임 마니아는 아니고 평범한 술집 주인이다. 그저 운 없이 주정뱅이 게임제작자를 만나 게임이야기를 들어주다, 동방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졌을 뿐이다.



“언제 내 입장은 생각하고 말했던가?”

역시나, 준야의 게임이야기는 일방적이었다. 게임제작의 고충을 털어놓을 데를 찾다가 술집에서 술 마시고 털어놓은 것이 연(緣)의 시작이래든가 그런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다. 어쨌든 준야 쪽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코미디 프로도 주는 쪽(츠코미)과 받는 쪽(보케)이 있어야 재미있듯이 이 콤비도 그러하지 않을까? 준야는 한번 피식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주석1: 일본의 주요 개그장르인 만담에서 딴지거는 사람이 츠코미역활, 그 딴짓거리에 놀아나는 사람을 보케라고 합니다.


“각 시리즈마다 사건의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것이 각 작품의 작품성을 최선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 그 때문에 레이무는 전혀 늙지 않았고, 홍마향의 초 절정 흡혈귀 아가씨는 몇 번 나오지도 못했지.”



“만약, 그 인기좋은 흡혈귀 아가씨의 후속작을 만든다고 치면, 동방프로젝트가 아니고, 레이무의 환상기담정도로 바꿨어야 했을껄? 홍백의 무녀, 레이무의 모험이야기가 아닌 왜 동방프로젝트냐는 것은 내가 만들어놓은 작품만의 고유 시간대를 보면 알 수 있지.”



동방의 변하지 않는 주인공, 홍백무녀 레이무, 스토리는 간단하다 레이무의 이변해결 스토리가 동방프로젝트의 변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주제다. 그렇다면, 주인공인 레이무에 작품의 초점이 모아져 있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레이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압도적이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레이무와 대등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는 차고 넘쳤다. 비운의 캐릭터도 많지만…….



“레밀리아가 인기가 좋은 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또 등장시키는 것은 아니지 않아? 사람들은 레밀리아의 재등장을 한껏 바라고 있을 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게 아니지. 동방은 동방답게 만들어져서 그 작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어야. 내가 바라는 작품, 동방프로젝트가 되는 것이지. 인기 몰이하는 한낮 캐릭터의 연재 소설이 아니라는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는 늙지 않아야 하고, 이변이 다른 이변에 개입해선 안 되는 것이지.”



어쨌든 동방프로젝트의 주제가 레이무에만 초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적 캐릭터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아니다. 아주 밸런스 있게 세계관, 음악, 탄막, 스토리, 캐릭터가 적절하게 자신의 색깔을 뽐내고 있는 것이 동방이었던 것이다. 만약 다음 시리즈에 “홍무이변이 끝나고 7 개월 후” 같은 문구가 뜬다고 하면, 동방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건이 흘러가고, 많은 팬픽, 동인 작가로부터 설정의 애매함을 없애줬다고 찬사를 받을까? 아마 이것이 준야가 말한 시간대의 개입이자, 자유가 없는 것이겠지.



“어디까지나 난 아마추어고, 그렇게 정교하게 시간대를 쓸 정도로 완벽하게 동방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지. 그저, 많은 사람들이 쓰기 편하도록 도구만 넣어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



거짓 반 진심반의 어조가 느껴진다. 누가 자신의 창작물이 좀 더 완벽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겠는가, 하지만, 완벽성의 뒤에는 함정이 있다. 준야는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자신이 만든 창작품을 즐기는 사람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을 만드는 것을 볼 때 더 즐거워한다고 했다.



“그 말, 이쪽에는 전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점장이 안쓰럽다는 말로 나경민씨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100%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건 같은 언어를 쓰는 일본인사이에서도100% 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좋은 탄막을 몸소 몸으로 들이 박고 있는 듯해서 조금 안타까웠다.



“아, 미안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해 줄테니까. 너무 섭섭해 말라구.”

준야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늘의 게스트인 나경민씨를 바라봤다.



“아닙니다. 이해 했습니다. 준야님은 정말로 동방프로젝트를 좋아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창작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서 게임을 만들고 계십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조금 어조가 틀린 지 몰라도, 내용은 맞다. 그리고 그것이 맞은 증거는 준야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분명 취기는 아닐 것이다.



“하아, 이제 슬슬 피곤하군. 집에 가서 한숨 자야겠어.”

라고 말한 건 준야였다. 딱히 화제를 내세울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르지만, 나도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벌써입니까? 오늘밤은 이제 시작입니다요.”

나경민씨…….정말 죄송한데, 일본시계는 30분 빠르다니까요…….라며 속으로 생각하고는 술주정뱅이의 탄막놀이의 끝을 알리는 접시에 남은 마지막 카라아게를 입으로 집어넣었다.



탄막소녀들도 끝까지 싸우지 않는다, 그것이 탄막놀이이고 그들의 방식이다. 술자리도 이와 같다.



점장은 약속한대로 최상의 서비스로, 손님에게 공짜로 이 모든 것을 제공해 줬다. 그리고 어딘가의 장부에 표시해 두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영업 기밀이니까. 만남이 짧았어도 이별은 항상 아쉬운 법. 아키하바라에서 산 동인 물품, 잘 가져 가시고 일본에서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기를……. 라고 생각하며 나경민씨의 뒷 모습을 미소로 지켜봤다.



나는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택했다. 기억세포와는 달리 추억세포는 조금 다른 메커니즘으로 기억을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단순한 기억세포와는 달리 추억세포는 만들어진 후 분열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억이란 일종에 생명이라는 대학교 교수의 강의가 생각났다. 좋은 추억은 희미하지만 계속 남아 있는데 그건 그 세포가 끊임없이 분열하는 것이라고……. 이건 생물학교수가 아닌, 철학 교수가 말했던 것이지만, 어떤 기억은 살아 있어서 그 기억을 증폭시켜, 여러 가지 효과를 낸다. 안 좋은 기억은 병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황혼주점에서의 좋은 기억이라면, 매일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이라며 밤거리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나의 소중한 추억이 하나하나 쌓여나가는 그 곳이 매일 그립다.-

269 Comments
PiaNissiMo_No.08 8 Nov, 2019 @ 2:49pm 
"전부 거짓말입니다. 저는 지금도 자살하고 싶습니다." 같은걸 끼얹고 싶은 일상.
Bait otter 16 Apr, 2019 @ 9:17am 
:Coool:
Hnter 22 Feb, 2017 @ 9:30am 
언젠가는
Nozaki Haruka 24 Jan, 2017 @ 10:26am 
갸아악
1004 11 Dec, 2016 @ 11:27pm 
아저씨 머리카락이욧?
Nao ' ㅁ' 7 Dec, 2016 @ 8:06am 
절래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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