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언제나 모호합니다. 처음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법칙이 왜곡되고 뒤틀려 드러나곤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머릿속에서 꿈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작용하고, 때문에 꿈을 꾸면서 이 꿈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거의 없죠.

이 게임, '슈퍼리미널'은 바로 그 꿈과 꿈 속의 모호한 규칙을 주제로 이뤄지는 일인칭 퍼즐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우리의 시각 인식을 가지고 놀아 생각하지 못했던 해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죠. PS3로 발매되었던 '무한회랑(Echochrome)'을 떠올리신다면 정확할 겁니다. 다만, '슈퍼리미널'은 퍼즐 게임보다는 '스탠리 패러블' 같은 어드벤쳐 게임에 더 가까워요. 멈춰서서 퍼즐을 푸는 순간보다, 퍼즐을 풀어낸 뒤 앞으로 나아가는 그 순간이 더 즐거운 게임인거죠.

세시간이 채 되지 않는, 사람에 따라선 한시간 안에도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플레이를 두고 지나치게 짧지 않나, 라는 질문을 가질수는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타당한 비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딱 알맞다고 봅니다. 아트 디렉션에서부터 사운드 디자인, 레벨 구성과 함께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오브젝트 등 이 게임의 모든 부분이 올바르게 맞물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를테면, 이 게임은 단편 영화인 겁니다. '슈퍼리미널'은 AAA 게임처럼 화려한 그래픽으로 수십, 수백시간 유저를 끌어들이는 게임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깔끔하고 강렬하게 하고싶은 메세지를 던지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이 게임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잘 짜여진, 그러면서도 가볍게 집을 수 있는 게임이 많지 않기도 하고, 또 소소하지만 중요한 메세지를 던져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집으셔도 좋을 게임입니다.


p.s 코멘터리가 잘 짜여져 있습니다. 분량이 분량인만큼 코멘터리도 많진 않지만, 이 게임을 만드는데 얼마나 집중하고 소소한 부분에서도 노력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관심 있으시면 클리어하시고 한번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