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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timer totalt
2018.3.1.

처음 2시간(Act 1)은 매우 느리고 지루하다. 내 소중한 시간에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싶지만 캐릭터들의 비현실적인 대사들을 억지로 꾸역꾸역 읽으며 2시간을 버틴다. 그러다 분위기가 갑자기 변한다. 그 씬 하나가 상당히 효과적이다. 그 뒤(Act 2)엔 심히 어리둥절하고 여전히 지루해 죽겠는 2시간을 보낸다. 드디어 몰입됐고 뭐가 뭔지 궁금해 죽겠는데도 Act 1과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 마침내 Act 3에 도달하면 제대로 보상받는 듯한 느낌.

(스포일러)

소위 말하는 "미연시" 장르의 자기 패러디다. 뻔하고 공식화된 캐릭터들과 스토리 전개가 결국 전부 패러디를 위한 장치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래서 로맨스 대사들은 심히 유치하고 오글거리지만, 제대로 쓴 대사들과 시들은 소름 끼치게 깊다. 게임이 막바지에 네번째 벽을 넘는데 그 방식이 독창적이다. 그리고 얼핏 보기엔 대충 만든 저예산 게임같지만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이스터에그가 꽤 창의적이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상당히 참신한 실험이다.

그런데 아무리 미연시라지만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조금만 더 현실적이게 써줬다면 캐릭터들이 얼마나 더 공감됐을까. 미연시나 비주얼 노벨이 취향인 사람은 별 문제 없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에겐 반전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지루하다. (단순히 소설을 읽는 것과도 다른 게, 이런 비주얼 노벨은 일반적인 소설에서 간단히 묘사하거나 생략할 상황까지 전부 대화록으로 장황하게 처리한다. 미연시와 야동에만 존재하는 멍청하고 순종적인 소녀들은 덤.) 그리고 게임의 길이를 조금만 단축했어도 패러디가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Act 2부터라도 조금 단축해서 긴장을 좀 더 빠르게 고조시켰다면. 중간의 '그 장면' 때 순식간에 소름 돋았는데 결국 똑같이 끝없는 대화록 읽고 클릭질하는 통에 있던 긴장감도 다 식었다. 원래 미연시가 다 이런 식인지 모르겠는데, 어쩜 이렇게 똑같은 말을 조금씩 다르게 반복하면서 분량을 한없이 늘리는지 대단할 따름이다. 이 작가는 보고서를 많이 써본 것 같다.

심지어 떡씬도 없다.


6 / 10
Publisert 1. mars 2018. Sist endret 26. sept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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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1.

게임 매체가 소설, 영화 등의 매체에 비해 갖는 강점은 스토리가 아니라 상호작용이다. 제작자가 의도한 페이스로, 의도한 순서대로 완벽한 통제 하에 전개되는 소설과 영화의 서사를 게임의 서사가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주인공의 난관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직접 다양한 결정을 내리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청자/독자에게 더욱 큰 몰입과 감정을 유도하는 것. 그것이 게임 매체만이 지닌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 VII을 비롯한 많은 고전 JRPG들은 그러한 강점은 보지 못 하고 역으로 영화가 되려 발버둥치는 컴플렉스를 드러낸다. 오늘날 고전적인 JRPG 식의 디자인이 대부분 사장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적인 유래 탓에 JRPG라고 불리지만 게임 진행 방식은 RPG보단 'RPG 요소가 있는 어드벤처'가 더 적절한 분류로 느껴진다. 여타 RPG와 같이 게임 내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며 판단과 선택을 할 자유는 거의 없고, 정해진 캐릭터들을 데리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정해진 스토리를, 보여주는 대로 수용하는 방식이다. 게임이 스토리에 집중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론 게임이 게임 매체의 강점은 살리지 못 한 채 영화의 강점에만 치중하여, 자칫 영화보다 못 한 영화가 될 리스크를 안고 간다. "이럴 바엔 영화를 보겠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디자인으로도 효과적인 게임이 되려면 다른 게임플레이 요소들이 훌륭하거나, 스토리와 연출이 웬만한 영화에 견줄 만큼 탄탄해야 할 것이다.

JRPG도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나 "페르소나" 시리즈, 심지어 "포켓몬" 시리즈처럼 다양한 게임플레이 요소로 즐거운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다. 파판 7의 경우 수집 요소들과 다양한 미니게임, 퍼즐 등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랜덤 전투를 비롯한 원시적인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인내심을 한계가지 몰아붙인다. 나름 독특한 디젤펑크 세계관에 집들이 하나하나 들어가볼 수 있게 디테일해서 탐험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러나 열 걸음 뗄 때마다 무분별하게 랜덤 전투가 걸리니 바로 옆 동네 구경 가는 것조차도 전투에 전투를 거듭하는 단순노동을 거친다. 심지어 전투라도 흥미롭다면 모를까, 캐릭터들 아이템이나 스킬 누르고 애니메이션 지켜보기만 반복하는 과정이다. (나중엔 스킬 누르면 그 스킬 하나의 애니메이션만 2분이나 걸린다. "유희왕" 보는 기분이다.) 게임이 '영화적인 연출'에 자신감이 지나쳐서 뭘 할 때마다 조잡한 폴리곤 덩어리들이 몸부림치는 광경을 감상하라고 강요한다.

훌륭한 RPG들은 플레이어에게 성장의 만족감을 주기 위해 어려운 난관(퍼즐, 보스 등)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경험치, 희귀템, 스토리 진전 등)을 제공하는데, 파판 7은 잡몹 노가다를 강제해서 성장을 노동으로 만든다. 몹을 피하지 못 하게 만드는 건 덤. 탐험하고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을 뿐인데, 결국 어디를 가나 랜덤 전투 노가다 뛰느라 이 게임의 최대 강점인 스토리가 방해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럴 바엔 이 스토리를 게임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 파판 7의 그 유명한 스토리는 어떤가? 일단 고전 RPG 답게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리메이크가 발매도 연기되고 분할된다고 논란이 많은데, 이 분량을 현대 수준의 디테일로 재현하려면 정말 어렵긴 하겠다.) 군대에 있을 때 시간 내서 20시간이나 매달렸는데 결국 군생활이 더 빨리 끝났다. 내용적으론 길 찾고 노가다하느라 시간 보내는 게 많은데, 시간적으론 "반지의 제왕" 세 권 다 읽는 시간을 능가한다. 게임이건 영화건 긴 게 단점은 아니지만, 불필요하게 길게 만드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긴 분량이 일관되게 즐겁거나 충분히 의미 있다면 다다익선이지만, 무의미하게 길이만 늘리는 단순 반복은 그저 시간만 허비한다. 설상가상으로 길어지면서 서사의 페이스나 초점까지 흐리는 경우도 많다. 어떤 작품은 80시간 정도의 내용을 60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담는다면, 파판 7은 30시간 정도의 내용을 60시간으로 늘여놓는다. 즉, '질보다 양'인 상황. 그래서 게임은 포기하고 유투브로 스토리만 마무리했다. 여담으로 이걸 보면 볼수록, 파판이 영화를 선망하는 만큼 애니로 만들었다면 차라리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 90년대 일본 만화에서 볼 법한 스토리다. 유치한 부분은 참 유치하고 복잡한 부분은 골 때리게 복잡하다. 한 번 쭉 보고 나면 이해가 안 되는 게 많은데 너무 길고 복잡해서 다시 찾아볼 자신이 없다. 십수 명의 캐릭터들이 각자 전부 사연이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다들 뒤엉켜 스토리의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거의 허무맹랑해진다. (처음엔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는 전개였다가, 나중엔 지금까지 만난 모든 친구들과 힘을 합쳐 거의 신적인 존재를 무찌른다는 식의 스토리.) 게임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도 끊임없이 처음 듣는 새로운 설정이 소개되고 헛웃음 나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한다. 이쯤 되면 이거 하나하나 전부 설명돼 있는 건데 내가 이해를 못 한 건지, 아니면 그저 밑도 끝도 없는 판타지물인데 개연성을 기대하는 게 잘못된 건지 회의감이 든다. 팬들은 10년에 걸쳐 발매된 파판 7의 여러 후속작들이 그 스토리를 보충하고 설명해준다는데, 이게 파판 7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방증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워낙 복잡하고 장황한 스토리라 단순히 일부 면모만으로 중2병 판타지물이라 치부하기엔 아쉬운 면이 있다. 수많은 캐릭터들과 세부적인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전부 효과적이진 않다. 특히 이 게임의 핵심적인 여자 캐릭터는 너무 클리셰하고 고리타분해서 딱히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파판 팬들이 울고 불고 했다는 '그 장면'은 봐도 그저 무덤덤했다. 물론 캐릭터를 이렇게 수십 시간 동안이나 데리고 다니고 키우면 애착이 생겨서라도 부족한 캐릭터가 보완되긴 할 것이다. 몇몇 캐릭터는 제법 괜찮은 스토리 곡선을 갖는다. 특히 주인공이 후반에 반전이 있는데, 이게 상당히 신선해서 이거 하나만으로 몇몇 인물들이 훨씬 흥미로워진다. 순전히 이 반전 하나를 바탕으로 파판 7의 후속작 하나가 만들어졌을 정도. 그 외에도 시간 때우기용 캐릭터 하나 없이 전부 나름 공감 가는 사연과 배경이 있다. 이 게임은 음악이 가장 인상적인데, 이런 캐릭터들과 음악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애틋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2병스러운 대사들과 이따금 너무 만화적인 연출이 아쉬울 따름이다.

파판 7은 게임 사상 가장 야심찬 작품들 중 하나다. 스퀘어는 당대의 기술적인 한계를 초월하고자 했고, 결국 역사적인 대성공을 거두며 당시 전세계 게임계를 뒤흔들었다. '그 시대엔' 이런 그래픽과 연출은 보지 못 한 것이었고, '그 시대엔' 이런 긴 스토리는 흔치 않은 것이었고, '그 시대엔' 이런 다양한 미니게임들도 전례 없는 바였다. 아마 1930년대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는 "킹콩"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파판 7의 그러한 성과들은 이후의 급속한 기술력 발전과 함께 순식간에 뒤쳐졌고, 남겨진 건 낙후된 게임 디자인에 갇혀있는 한때 찬란했던 불씨 뿐이다. 여전히 그 야심의 온기가 느껴진다. 음악은 호화롭고, 캐릭터는 다채롭고, 스토리는 방대하다. 제작자들이 심혈을 기울였음이 느껴져서 이렇게 냉혹하게 비판하기가 마음이 아프다.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는 초월했으나 당시 게임 디자인의 한계는 넘지 못 했다는 게 안타깝다.

역사에 남는 명작은 시대를 넘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명성이 대대로 이어진다. 모짜르트가 그러했고, 셰익스피어가 그러했고, "시민 케인"이 그러했다. 그리고 간혹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나 작품들은 비록 그 시대엔 초라했어도, 세월이 지나 후대에 정당한 재평가를 받고 뒤늦게 명성을 얻는다. 반면 이런 세월의 시험을 극복하지 못 하는 어떤 작품들은, 과거엔 유명했더라도 후대의 대중들에게 똑같이 공감받는 데에 실패하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다르게 재평가된다. 1997년의 파이널 판타지 VII은 오늘날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게임으로서의 가치가, 그것의 역사적인 가치에 미치지 못 하는 것 같다. (물론 게임을 역사 유물이나 사료로 보는 사람은 달리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왜 다들 리메이크해 달라고 아우성인지만 매우 공감되는 작품이다. 부디 리메이크가 원작의 굴레들은 갈아 엎고 강점만 취해서 현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6 / 10
Publisert 1. mars 2018. Sist endret 31. des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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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timer totalt
2018.2.15.

선택의 착시(illusion of choice)라는 말을 누가 처음 썼는진 모르겠지만 이 게임을 설명하는 데에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게임의 세계가 플레이어의 수많은 선택들에 좌우된다는 15시간짜리 트릭쇼인데, 그 트릭이 상당히 감쪽같다. 그래서 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 그 속임수에 흠뻑 빠져들고, 그 후 다른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다시 플레이하거나 유투브에 검색해보면 환상이 깨진다. 때로는 플레이어가 한 인물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는 듯한 드라마틱한 선택지를 주지만, 결국 전체적인 맥락에선 어느 선택지든 오래가지 않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이 게임이 제시하는 선택지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선택이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선택이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캐릭터들은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어려운 결정이 대개 플레이어의 몫으로 주어진다. 많은 선택지들이 '개인적인 감정'이나 '현실적인 이득' vs. '인간성과 양심'의 구도이기 때문에 상당히 난처한 선택지들이 많다. 그런 논쟁과 어려운 결정들을 거치며 각 캐릭터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조금 더 애착이 생긴다. 특히 한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 캐릭터의 존재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한 번 더 고민하게 한다. '이렇게 행동하면 저 아이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저 아이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같은 생각이 들도록 유도해서 매 선택지에 무게를 더한다. 선택지가 전체적인 스토리엔 큰 영향이 없지만, 세세하게 각 캐릭터들과의 관계나 그들이 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계를 조율하고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음새가 약간 보이지만 제법 괜찮은 인간관계 시뮬레이션이다.

전통적인 어드벤처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난해한 퍼즐들은 과감하게 간소화하고, RPG 대화 시스템과 QTE를 섞어 현대적인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었다. 워킹데드 원작 만화에 어울리는 독특한 아트 스타일은 덤. 대사가 괜찮고 성우 연기가 훌륭해서 대화 시스템이 더욱 빛을 발한다. 전혀 상반되는 선택지인데도 어느 걸 고르던 대부분 그럴싸한 대사가 이어진다. 스토리도 괜찮다. 때론 상당히 충격적이고, 때론 슬프다. 그리고 "헤비 레인"만큼 구멍 투성이도 아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땐 굉장히 몰입해서 플레이했는데, 최근에 다시 해보니 2회차부터는 그 마법을 잃는 감이 있다. 왜냐하면 결말을 알아도 다시 보면서 새로 음미할 복선같은 것도 없고, 선택지를 다르게 고른다고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크게 없고, 스토리와 별개로 즐길 수 있는 게임플레이 요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위 "walking simulator" 게임들의 전형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Life is Strange"나 "언틸 던" 등의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던 배경엔 이 장르를 부활시킨 헤비 레인과 워킹 데드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으로 당시에 무명의 작은 제작사였던 탤테일이 AAA 회사들을 모두 제치고 당해 게임상을 휩쓰는 등, 워킹 데드는 한동안 이 장르에서 비평적으로나 흥행으로나 가장 성공한 작품이었다. 꽤 오랜 세월 동안 죽어있던 어드벤처 장르에 단비와 같은 게임이었다.

7 / 10
Publisert 14. februar 2018. Sist endret 30. des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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